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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커서 뭐가 된거야?
21화
노란색 포스트잇 이야기
어른들의 동화-하나
by
박희종
Jan 29. 2020
노란 포스트잇이 있습니다. 크기는 중간
커다란 문구점에 꽤 중앙에 잘 보이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누구나 쉽게 스쳐가고 눈길 주지 않는 그런
이 문구점에는 다른 종류의 포스트잇도 있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형광색등..
심지어 모양과 크기도 다양해서 별 모양도 있고 꽃 모양도 있고,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 포스트잇도 얼마 전에 들어왔습니다.
노란색 포스트잇은 생각합니다
"나는 너무 평범해... 모양이 좀 달랐으면 좋았을 텐데..
여자들이 좋아하는 별 모양이나 꽃 모양이면 얼마나 좋아
아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이던가
아냐 다 필요 없고 모양이 네모면 차라리 색이라도 튀던가..
너무 평범해 너무 평범해 "
방과 후에 학생들이 몰려들 때마다
근처 회사의 직장인들이 올 때마다
다양한 다른 포스트잇을 들어다 놨다
살까 말까 고민하고 골라가는데
노란색 포스트잇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여기 왜 있을까?
어차피 태어난 거 더
예쁘게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번 생은 망쳤어.."
다른 포스트잇에 관심이 쏠릴 때마다 그리고 하나둘씩 주인을 찾아갈 때마다 평범하고
밋밋한
자신의 모습을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많이 지쳐 보이던 한 직장인이
문구점에 들어왔습니다. 이것저것
둘러볼
힘도 없는 그는
무기력하게 다가와 노란 포스트잇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어 샀어. 아니 그걸 왜 회사에서 가지고 와
필요하면 사야지"
집에 돌아온 직장인은 와이프에게 노란 포스트잇을 건넸습니다
" 이왕 살 거면 좀 이쁜 걸로 사 오지"
"포스트잇이 이뻐서 뭐해"
노란 포스트 잇은 예쁜 포스트잇을 찾는 와이프가 서운했지만 무심히 말하는 직장인의 말에 뭔가 위안이 되었습니다
"포스트잇이 이뻐서 뭐해"
그다음 날부터 노란 포스트 잇은 일을 시작했습니다
첫 장은 아이의 이유식 재료가 쓰였고
두 번째 장은 맛있는 된장찌개 끓이는 법이 쓰였고
몇 번째인지는 모르지만 한장은 와이프의 반가운 친구의 연락처가 담겼습니다
어느새 노란 포스트 잇은 집안에 여기저기 붙여졌습니다
냉장고에 신발장에 침대맡에 화장실에
그리고 직장인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술이 잔뜩 취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업혀 들어온 다음날은
와이프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담긴 편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자다가 문뜩 한 장 떼가 쓱쓱 써 내려간 것은
그 직장인이 회사에서 큰 칭찬을 받을 아이디어였지요
"포스트잇이 이뻐서 뭐해"
자신의 생김새를 싫어하던 노란 포스트 잇은 어느새 그 집안에 너무나 중요한 행복이 되었습니다
문득 예쁜 포스트잇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내 상관없어져 버렸습니다
어차피 알 수도 없는 다른 삶이니까요
별 모양 포스트잇은 별 모양 포스트잇 대로
캐릭터 포스트잇은 캐릭터 포스트잇 대로
각자의 역할과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노란 포스트 잇은 집안 가득 붙어있는 모습에
담겨있는 글씨들이 더 소중하고 따뜻하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평범한 노란 포스트잇도 참 좋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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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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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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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꿈을 버리지 못한 어설픈 어른. 그래서 꿈을 잊은 어른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싶어하는 철없는 성인 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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