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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Feb 03. 2022

오늘의 성취 : 찹쌀깨찰빵

발음 어려운 빵

김장에 쓰고 인절미에 쓰고도 찹쌀가루가 남았다. 500그램은 꽤나 많은 양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찹쌀가루로 깨찰빵을 만들기로 했다.


깨찰빵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저 찹쌀가루가 있으면 되겠지 생각했다. 여기저기 레시피를 찾아보니 의외로 찹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타피오카 전분이 필요한 모양이다. 개중 찹쌀가루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블로그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레시피와 조리 과정을 소개하는 글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왜인지 쓰는 글의 대부분이 요리인 것 같아 기분이 오묘하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베이킹맘' 님의 포스트를 참고(따라)했다. 출처는 아래와 같다.


생활미 터지는 재료 배치

준비 과정에서 검은깨가 없어 볶음참깨를 썼다. 사진을 찍고 모든 과정을 마친 뒤 글을 쓴 뒤에야 깨달았는데 그냥 참깨도 아니고 볶음참깨다. 세상에.


'요리 못하는 사람의 특징 1'이라고 부제를 바꾸어도 좋겠다.

이렇게나... 많이 들어가나?

온갖 하얀 재료를 넣은 다음 참깨를 넣는데 예상보다 많이 들어간다. 무게를 잘못 잰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반죽을 만들기 전부터 깨 냄새가 풀풀 났다.

탱글

계란 노른자를 따로 분리하는 건 몇 년 만이다. 게다가 껍질을 쓰지 않고 손으로 꺼내는 건 처음이다. 지나치게 맑은 색이라 기념사진도 한 장.

즐거웠던 주걱과의 나날

반죽을 휘휘 젓다가 주걱이 부러졌다. 계란 깨는 듯 파각 소리가 났고 힘 없이 흐물흐물거리는 플라스틱 무언가가 되었다. 반죽을, 특히나 질척질척한 반죽을 다룰 때엔 튼튼한 주걱을 씁시다.

차닥차닥 달라붙는 걸 막아주는 찹쌀가루와 끈적끈적한 무언가

레시피를 배운 블로그에서는 16개 기준이었으나 예열을 마친 오븐이 식을까 봐 무서워 우다다다 반죽을 소분했다. 원통형으로 만드는 과정도, 동일한 무게로 나누는 것도 모두 생략

제각기 다른 개성을 존중하는 베이킹 사회

오븐 팬에 찹쌀가루가 묻었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익는 과정에서 바닥에 붙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역시나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결정.


예열한 180도에서 바삭바삭하게 익혔다. 중간에 잘 익고 있는지 열어볼까 싶었으나 그랬다간 설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반, 그냥 쉬면서 보던 방송을 계속 시청하고 싶은 마음이 반이어서 인내심을 품고 기다렸다.

사진에 담지 못한 냄새를 아래 여백으로 표현해 보았다

오븐을 열기 전부터 고소하니 냄새가 났다. 먹으니 의외로 맛있다. 이번에도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은데 왜 하루 종일 매달린 김장은 그랬을까. 시간과 정성에 반비례하는 맛이라니.


반으로 잘라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제법 쫄깃하다. (안이 덜 익어서 그랬던 것인지는 며칠 후면 알게 될 듯하다.)

괜히 맛있어 보이는 4번 필터

주변에 선물할 용도로 소포장도 마쳤다. 김이 차면 안 되니까 주둥이는 열어놓았다.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사진 참 못찍는다. 그래도 레시피가 1개 더 늘었고 찹쌀가루는 아직도 남았다.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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