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카카오
성취에 대한 글을 하나씩 쓰다 보니 어느새 성취 거리를 찾아 주변을 헤매는 자신을 보았다. 기특해라. 그러나 소소한 성취감을 바랐던 본래 취지를 생각하여 지나치게 품이 들거나 비용이 과다한 건 피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번에는 퍼즐에 도전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퍼즐부였다. 진짜다. 콘텐츠를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다. 퍼즐부 활동은 각자 퍼즐을 가지고 와서 맞추다 집에 가는 게 전부였다. 담당 선생님도 자기 퍼즐 맞추느라 아무 말이 없었다.
기억하기로 연말에 맞춘 퍼즐을 전시했는데 나는 한 조각을 잃어버려 그 칸에 이름을 썼던 기억이 있다.
아트박스에 쫄래쫄래 가서 퍼즐을 하나 사 왔다. 미니 퍼즐이라 시험관처럼 생긴 병에 담겼다. 아트박스 캐릭터들의 모습이 담긴 퍼즐. 옆에 카카오 프렌즈 퍼즐도 있어서, 메인 페이지에 노출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되었으나 그건 6,000원이어서 포기했다.
전면에는 완성 시 이미지가 담겨 있고, 뒷면에는 조각의 경계선을 포함한 나름의 설계도가 담겨 있다.
퍼즐을 맞추는 요령은 기억나지 않지만 손은 퍼즐부를 기억하지 않을까. 물론 대단한 기술은 없다.
우선 두 면이 평평한 모서리를 찾는다. 그리고 한 면만 평평한 테두리를 찾는다. 마지막으로 색깔별로 비슷한 조각끼리 모은다.
그런데 퍼즐 조각 중에는 테두리나 모서리가 아니면서 묘하게 한 면이 평평한 경우가 있다. 요즘 트렌드일까. 옆 조각에 맞추어 끼웠을 때 탁 맞는 느낌이 즐거웠는데.
사실 콘텐츠를 위해 사서 고생한다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조각을 분류하는 게 즐겁다. 고등학교 다닐 때 귀찮게 활동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퍼즐부에 들어갔는데 사실 적성에 맞았을지도 모른다. 퍼즐 대회가 있었다면 재능을 살리지 못한 과거에 땅을 쳤을 텐데, 다행이다.
그런데 검색하니 퍼즐 대회가 있다. 세상에. 미래의 성취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퍼즐 대회 참가하기.
윗줄을 맞추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걱정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웹 상에 조각이 맞추어지는 모양을 올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진열된 상태에서 뒷면을 통해 조각의 구성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공개된 웹에 게재하는 건 다른 문제일 테다.
그리고 브런치 편집기에서는 블러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고자 했다. 그러나 퍼즐 맞추는 것 가지고 글 한 편 쓰는 사람은 이번에도 찾지 못했다. 결국 적당히 모자이크 효과를 적용하는 데 그쳤다.
테두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쉬운 지점이 있다. 캐릭터와 같이 눈, 코, 입이 있는 부분. 특히 이런 단색 계열의 그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물과 테두리를 맞추니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조각의 모양을 따져야 한다. 완성 그림을 보면서 조각의 모양을 따진다. 볼록 3개에 오목 1개인 조각이 어디 있지... 하면서. 이 단계에서는 엉뚱한 조각이 은근하게 들어맞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완성한 뒤에 보니 1시간 20분 정도를 들였다. 오랜만에 도전하니 150조각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퍼즐부 시절에는 르누아르 그림을 바탕으로 한 퍼즐에 도전했다. 용케 아직도 르누아르 그림을 좋아한다.
완성한 퍼즐은 액자에 담아 걸기에도 민망하여 다시 와사사. 병에 담았다. 도면과 함께 당근마켓에 500원 정도로 올리면 어떨까 잠깐 고민했으나 관두었다. 나중에 그림 없이 맞추는 시도도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또 어떤 부활동을 했는지 생각하면 독서부였다. 있는 힘을 다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