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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Feb 04. 2022

오늘의 성취 : 흙탕물 지우기

눈 내린 길을 걸을 땐 검은 바지를

걷는 길에 눈이 쌓였다.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고 가장자리에 발목보다 조금 낮게 쌓인 정도였다. 사뿐하게 딛는 걸음이 좋아 눈을 밟았다.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짧은 거리였으나 나름 즐거운 책이었다.


하얀 바지에 흙탕물이 묻은 걸 알기 전까지만.

얼핏 보면 동양화

일정을 마치고 집에 오기까지 5~6시간이 걸렸다. 그런 동안 바지에 물 한 방울 묻힐 틈이 없었기에 마음은 그저 불편하기만 했다. 심지어 산 뒤로 처음 입은 날이었다.


오늘의 교훈. 눈 오는 날에는 눈처럼 하얀 바지를 입지 맙시다.


성취를 주제로 글을 쓰면서 초반에 티셔츠에 묻은 얼룩을 지운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울까 했다. 그런데 문득 얼룩은 그 종류에 따라 제거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말이 떠올랐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물부터 묻혀서는 안 된단다. 다른 얼룩과는 성질이 달라 흙탕물이 묻은 부분은 말려야 한다.


다행이다. 모든 걸 다음날로 미루어도 된다. 헤어드라이기로 말리라는 얘기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자연건조에 맡기자.

오늘의 재료 : 감자

감자를 준비했다. 감자에 있는 전분이 옷감에 스미면 흙탕물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 글로 감자 관련된 요리가 쓰인다면 그 재료는 이 감자일 것이다.

ㅇ∇ㅇ

감자 1개를 다 쓰기엔 부담이 되어 세 토막을 내 가운데 얇은 1장만 쓰기로 했다. 자르고 보니 단무지를 닮았다.

겨울 감자 2022. 흙탕물 on canvas

감자를 열심히 문질렀는데 기분 탓인지 흙탕물이 조금 옅어진 것만 같다. 손으로 만졌을 때 무언가 묻어나는 촉감은 없지만.


평소 일을 철저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번에는 나름 집중해서 절차를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흙탕물이 번진 게 아니라 주방세제를 뿌린 것

전분이 좀 스몄을까 기다린 다음 그 자리에 주방세제를 뿌렸다. 이제 옷감을 서로 비벼 얼룩을 지우고 물로 헹궈내면 된다.


솔직히 지난번에 티셔츠에서 얼룩을 지운 건 순전히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느낌이 좋다.

해피 엔딩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겉감이 쉬이 젖는 재질이 아닌지, 헹구는 과정에서 물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결국 세탁기행. 빨래가 되는 동안 나도 샤워를 했다. 이대로 하얀 바지를 망치고 잃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세제는 강력했고 세탁기는 훌륭했다.


물론 얼룩을 지우기 위한 감자의 마음과 주방 세제의 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보너스 사진

모든 일을 마치고 주방을 정리하러 갔더니 칼날과 도마에 허옇게 무언가 남았다. 저게 전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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