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살면서 에스프레소를 딱 한 번 마셔보았다. 약 10년 전, 카페에 친구들과 앉아 있다가 문득 에스프레소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하는 생각에 주문했다. 첫입에 놀라 각설탕 6~7개를 넣고도 끝내 다 마시지 못했다.
생각하니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다. 이런 것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니, 소소한 배포에 감사할 따름.
에스프레소를 마시기로 했으면서 갑작스레 전시 사진. 예상한 사람도 있겠으나, 에스프레소 마시는 걸로 글 1편을 쓰기가 민망하여 걷는 길에 보았던 전시를 슬쩍 끼워 넣었다.
좁은 공간에서 공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영상을 구현했다. 바닥과 벽면은 화소가 있는 화면이고 주변에 거울로 벽을 세워 너른 공간에 있는 기분을 조성한다.
제각기 다른 디자이너가 참여한 영상이 순서대로 나오며 모든 영상을 합해 약 30분 정도다. 바닥에는 때때로 압력을 감지하는 화면이 송출되어 더욱 흥미롭다.
'광화 시대'는 광화원부터 광하경까지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 8개의 콘텐츠 모음. 솔직히 지나는 길에 슬쩍 본 것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모든 장소가 미디어아트로 진행되는 건 아닌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듯하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전시를 충분히 즐기고 휘적휘적 에스프레소를 마시러 갔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니 사장님이 한 번 더 확인한다. 이럴 때에는 자신 있게, 마치 매번 에스프레소를 먹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도 사장님은 속으로 저런... 했을지도 모른다.
10년 전 에스프레소 맛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응축된 세상의 쓴 맛이 여기 모두 있다 하는 느낌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홀짝 마시니 그렇지는 않았다. 줄곧 지상 최고의 음료는 '핫초코'이고 2위는 아이스 초코와 밀크셰이크의 끝없는 전쟁이라 생각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각성 효과를 기대하며 커피를 자주 마신 때문이었을까.
마라톤 대회에서 앰뷸런스를 준비하듯 간식을 준비하고 마셨다. 그런데 걱정만큼 충격이 심하지는 않았다. 심장이 쿵쿵 뛰는 각성 효과도 다행스럽게도 없다.
예상외로 신 맛이 굉장히 강했다. 쓴 맛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물을 탄다면 조금 아쉬울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것이 겉멋인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집에 들일 정도로 푹 빠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페에 들렀는데 에스프레소가 메뉴에 있다면 한 번씩 주문할 수 있겠다. 죽기 전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 들었다. 얏호.
전에 먹은 적 없는 음식에 도전하는 것도 소소한 성취가 될 수 있겠다. 언젠가 전갈 꼬치구이를 먹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