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권조 Feb 09. 2022

오늘의 성취 : 매듭팔찌 만들기

검은색과 갈색은 은근 비슷하다

꽤 예전에 중고서점에서 매듭팔찌 만드는 방법 담은 책을 샀다. 산책이라도 다니는 마음으로 중고서점에 갔다 생각에도 없던 책을 사던 때에 흘러들어온 모양이다.


여러 매듭이 담겼음에도 처음 소개하는 팔찌 한 가지만 만들어 보았다. 그것도 집에 굴러다니던 실을 적당히 가져다 만든 탓에 쉬이 풀어졌는데 이번에는 큰 마음먹고 가죽 끈을 샀다.

여기에 테이프만 더하면 준비물 끝

내가 도전한 매듭은 평매듭팔찌. 두 개의 줄을 이용해 16cm 정도의 팔찌를 만든다.


검은색 줄과 갈색 줄을 산 건 색이 섞인 팔찌가 보기에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놓고 보니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러면 만들기에도 불편하다. 팔찌 만들기에 도전할 마음이 있다면 차이가 분명한 색들로 준비하길 추천한다.

책에서 1.5cm 길이의 올가미 매듭을 묶으라 했는데 통 크게 2cm 완성

팔찌는 한쪽 끝에 고리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 단추를 끼워 둘을 연결해 원을 만드는 형식으로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리를 지나치게 크게 만들면 나중에 고정이 어려워 곤란하다.


나는 팔찌를 다 완성한 다음에 올가미를 풀어 다시 작게 만드는 수고를 했다.

1cm x 1cm 인 격자를 이용하면 작업 현황을 보기 편하다

늘어뜨린 아래 4줄을 이리저리 엮어가며 매듭을 이어나간다. 맨 위의 올가미 부분은 흔들리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여 놓는다. 1,500원짜리 줄을 산 때문인지 테이프에 칠이 묻어난다. 손에까지 묻는 정도는 아니지만 저렴한 팔찌에도 나름 고충이 있는 걸 알았다.


매듭을 묶는 자세한 방법은 소개하지 않는다. 궁금하시다면, 부티크사가 지어 양정우 님이 옮기신 『매듭으로 만드는 팔찌&액세서리 DIY』를 참고하시길. 여러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에서도 각종 매듭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가죽 질감이 마음에 든다

작업을 진행할수록 테이프를 추가로 붙여 팔찌를 고정한다. 칠이 계속 벗겨지는 게 거슬리지만 분명 실보다는 만들기도 쉽고 짜이는 모양새도 마음에 든다.

지네의 척추.jpg

사실 위에 붙인 테이프를 아래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일정하게 붙이는 일이 즐거웠다. 그리고 4~5cm를 넘어가면서부터 깨달았다. 매듭팔찌를 만들면서 제일 중요한 건 지루함을 달래줄 콘텐츠다.


평소 듣지 않던 음악까지 찾아 틀었다.

목표 길이 완성. 타일 바닥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되었다

격자 16개만큼 매듭을 만든 다음에 늘어진 아래 4가닥의 끈을 마무리한다. 쓰지 않는 단추를 끼우고 고리가 없는 올가미 매듭으로 단단하게 묶는다.


그런 다음... 앞서 밝혔듯이 올가미 길이를 조절했다.


예전에 실로 만들면서도, '앞으로 또 만들 일이 있으면 고리는 작게 해야겠다'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던 것 같은데.


불필요하게 긴 끈을 잘라내면 완성이다.

반질반질함을 더하는 필터 4번

완성본이 나름 마음에 든다. 그리고 팔찌 가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 좌판에 진열된 팔찌를 보며 2,000원과 5,000원 사이가 적당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재료를 구해 직접 품까지 더하니 그렇지가 않다.


당장 재료비만 하더라도 3,000원이 들었다. 배송비를 따지면 6,000원이다. 2022년 최저임금이 9,160원이니 제멋대로 계산하면 팔찌 1개에 25,000원은 받아야 마음을 달랠 수 있겠다.


대량생산이라면 배송비도 줄겠고 이리저리 달라지겠으나 여하간 앞으로는 비싼 팔찌에 너그러워질 수 있겠다. 물론 사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해고된다면 울면서 도전할 수 있는 기술이 하나 늘었다.

이전 16화 오늘의 성취 : 상추 심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