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권조 Feb 11. 2022

오늘의 성취 : 가죽 가방 만들기

본격 가내수공업

구매 후 1주일 넘게 방치했던 가죽 가방 만들기 키트에 도전했다. 시작은 오후 1~2시였다. 그러니까 정말 한낮에 시작했다. '오늘'의 성취니까 오늘 안에 끝나기를 바라면서...

전체 구성품. 한자 등장에 정신이 아득

가죽 가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과 바늘로 박음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필자의 평소 바느질 실력이 궁금하다면 '오늘의 성취 : 쿠션 꿰매기'를 검색해 보시라...

요건 손잡이

판매업체의 만들기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하며 만들었다. 문제는 사이트 이름부터 영상 내 설명까지 모든 언어가 중국어라는 점. 무언가 들리긴 하는데 뜻은 모르겠고 열심히 동작만 따라 했다.


영상 길이가 30분 정도라서 느긋하게 2~3시간 정도면 작업이 끝날 줄로 알았다. 단계별로 초반을 보여준 다음 '이대로 하세요'라는 느낌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줄을 몰랐었다.

구멍 한 곳에 바늘이 두 번 들어가니, 서로 엉키지 않게 슬쩍슬쩍 당겨준다

누구나 아는 사실일 수 있으나, 나는 몰랐으니 적는 사실이 있다. 가죽에 박음질을 할 때에는 실 한 가닥에 바늘 두 개를 건다. '바늘 - - - - - - 바늘'의 모양이다. 그리고 바늘에 실을 묶는 방법도 하나 새로 배웠다.


과연 이걸 글로 풀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도전해 본다. 답답함을 견디기 어려운 분은 아래 단락을 건너뛰시라.


1. 실의 한쪽을 바늘구멍에 통과시킨다.
2. 구멍을 통과한 실을 2등분했을 때의 중간을 바늘 끝으로 찌른다.
3. 실 끄트머리를 잡아 바늘구멍 방향으로 당긴다.
4. 실이 바늘구멍을 지나 매듭이 생기면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않은 실을 당기면 매듭을 단단하게 묶는다.


미래에 다시금 실 묶는 방법을 알고 싶을 때 위 설명을 보고 이해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타입캡슐을 심는 심정이 이럴까.

실이 이렇게나 필요했던 것일까

위 사진에 보이는 건 뚜껑에 붙는 손잡이다. 왼쪽, 오른쪽에 있는 둥글한 부분이 몸통에 붙을 것이다. 하얗게 실이 오간 흔적은 홀로 땀을 놓는 구간이다. 영상을 보다 이해가 가지 않아 뒤적인 인터넷에서 여러 장인들이 설명하기로 가죽 박음질은 두 바늘이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S 자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퍼 온 이미지 아닙니다

손잡이는 뚜껑 겸 가방 뒷면을 담당하는 가죽에 붙인다. 그사이 바늘땀이 이어지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을 풀었다.


실의 모양이 -_-_-_- 식으로 되는데 이미 실이 통과한 구멍에 다음 바늘을 꿸 때에 이전 실을 바짝 당겨 엉키지 않게 하면 / / / / / / / 비슷한 모양으로 정리된다.

손잡이 아래 버클? 잠금? 을 위한 부분을 달았다. 힐링 파트

전반적으로 앞판, 옆판, 주머니와 같은 부분들을 각각 조립하고 또 조립한 것끼리 모아 조립하는 흐름이다. 조립에 굉장히 많은 품이 드는 레고 또는 손으로 하는 용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가방을 잠그는 데 쓰는 부속

위 사진을 찍을 땐 몰랐다. 꿰매기 전 모양을 잘못 잡았단 것을. 이후 2번이나 전부 풀고 다시 꿰맸다.


박음질의 마무리가 낯설었다. 보니 매듭을 묶은 것을 끝내지 않고 바짝 자른 다음 본드로 실 가닥을 정리한다. 동영상에서만 그리 하는 것인가 싶어 검색하니 많은 글에서 비슷하게 설명한다.

잘못 만든 거 아닙니다. 원래 이렇습니다

뒷면에 옆면을 두를 때에 찌그러진 모양이 된다. 이걸 또 앞면과 붙이는 과정에서 조금씩 펴지기는 한다. 여하간 다른 부속보다는 손이 많이 간다.


용접도 ㅣ ㅣ 를 ㅐ 로 만들 때보다 ㅡ ㅣ 를 ㅢ 로 만들 때 더 어렵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이미 저녁 식사 후

한두 단계만 남겨놓으니 이미 오후 11시를 넘긴 때였다. 게다가 꿰매던 중에 실수를 해서 1시간 동안 푸는 작업만 하기도 했다.

아래에 있는 두 부속은 쓸모가 없습니다. 잘못 꿰맸거든요

기본적인 가방의 모양새를 갖추니 이미 12시를 넘은 때였다. 오늘의 성취가 아니라 어제오늘의 성취로 이름을 바꾸어야 할 판.


위 사진에서 아래로 늘어진 기다란 끈을 부속에 S 모양으로 끼운다. 끈의 구멍에는 부속의 핀을 끼워 고정한다.


그런데 부속에는 끈이 S 자로 지나갈 공간이 없다. 그렇다. 잘못... 꿰맸다. 생전 처음 보는 구조도 아닌데, 평소 의복에 달린 각종 버클의 구조를 세심하게 보지 않은 업보를 여기서 치른다.

안에는 각 잡기를 위한 책 4권이 들어있습니다.

모든 걸 수정하고 도로 맞추어 완성하니 새벽 2시를 넘긴 때였다.


재료값이 채 1만 원이 되지 않지만 들인 시간을 보니 10만 원은 넘게 받아야 속이 풀리겠다. 그렇지만 길을 걷다 '이 가방 얼마나 할까요?'란 질문을 받으면 1~2만 원으로나 답했겠다.


선사 시대에 바느질을 발견 또는 개발한 사람은 지금으로 치면 MIT 수석 졸업생과 같은 수준이었을 테지. 주변 사람들도 '저것 봐라, 가죽 2장이 1장이 된다니까?' 하면서 웅성웅성 했겠지.


줄곧 허리 숙이고 고개 숙이고 손가락 찔리며 가방 하나를 만들었더니 러다이트에도 오늘이 온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다.


어찌 되었든 가방 하나 완성! 이제 무인도에 떨어져도 가죽과 바늘, 실이 있으면 무언가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얻었다. 겉모습이 멋지지 않아도 대강 가죽 갑옷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닐까?

이전 18화 오늘의 성취 : 크림우동 만들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