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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Feb 25. 2022

오늘의 성취 : 체스

스테일메이트가 무엇일까

바둑, 장기, 체스 등등에 약하다. 일단 자세한 규칙을 모른다.


바둑은 "둘러싸면 잡혀요" 또는 "울타리가 넓으면 이겨요" 수준에서 멈추었고, 장기는 "얘는 건너뛰어서 다닐 수가 있어요" 에서 멈췄다. 체스는 "그래서 얘가 대각선으로 갈 수 있다고?"가 배움의 끝이었다.


체스에 있어서는 말이 움직이는 규칙을 이해한 때가 아주 잠깐 있었다. 이 수준으로 체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목표는 1승.


당장 지나는 사람 붙잡고 체스 두자고 할 수는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체스 게임'을 검색했다. 그러니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이트가 나왔다. 국내 사이트는 아닌 것 같다.


단순 대국 외에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내 목표는 한 가지다. '가장 약한 컴퓨터'에게서 승리하기.


흑백의 기준은 모르겠으나 언제나 화면 하단이 플레이어다. 또 흑보다 백이 먼저 둔다.

가끔 말도 거는 Jimmy

첫 상대는 Jimmy였다. 이름 옆 숫자의 크기로 실력을 나타내는 듯하다. Jimmy 보다 숫자가 낮은 상대도 존재하는데 설명을 보니 플레이어가 유리할 때는 강한 수를 두고, 플레이어가 불리할 때는 약한 수를 둔다고 한다. 접대 체스의 달인인가.

접대 성공

상대의 접대 능력에 당해, 첫 시도에 승리했다. 이대로 끝! 하기에는 아쉽기도 하고, 오랜만에 둔 체스가 의외로 즐거워 좀 더 도전하기로 했다.


수를 둘 때마다 오른쪽에 그 상세한 내용이 기록된다. 바둑의 기보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읽는 법을 모르겠다. 당장 내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면서 두었다.

두 개의 탑 전술 : 멋있다.

그다음 상대는 Martin으로 실력은 250이다. 불가리아 출신이란다. 캐릭터마다 출신지를 설정해 놓은 것이 어째 귀엽다.


비슷한 등급 안에서도 캐릭터가 다양하고 실력도 세분화되어 있다. 그러나 계정을 생성하지 않고 대국을 할 때에는 캐릭터 선택의 폭이 좁다.


여하간 Jimmy 뒤에 숨어있던 진정한 약체, Martin에게 도전. 약자끼리 진심을 다하니 의외로 치열하다.

허옇다 허얘

고전 끝에 나름 승기를 잡았다. 문제는 확실하게 승리를 굳히는 방법을 몰라서 이리저리 숨바꼭질이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시작할 때 맨 앞줄에 있으면서 아담한 '폰'은 바로 앞에 있는 상대 말을 잡지 못한다. 대각선으로 한 칸 앞에 있는 말만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대신 혼자 이동할 때에는 정면으로만만 움직일 수 있다.


폰은 반대편 마지막 칸에까지 닿으면 말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좀 유리하다 싶으면 폰을 우다다다 앞으로 보내 여기저기 퀸으로 채운 여왕 대잔치를 노린다. 이번에도 그랬다.

여기저기 허망하게 있는 여왕님들

그저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승부가 나왔다. 스테일메이트로 인한 무승부란다.


태어나 처음 듣는 말이어서 이리저리 검색했더니, 체크메이트와 비슷하면서 묘하게 다르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렇다.


체크메이트 된 킹
"날 겨누고 있잖아? 도망쳐야지! 도망... 칠 곳이 없네."
스테일메이트 된 킹
"날 겨누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움직여볼까? 어디로... 움직여도 체크잖아?"


체크는 당장 상대 말이 한 번 이동으로 킹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을 뜻하는 모양이다.


여하간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재경기에 돌입했다. 불가리의 250 Martin이 제법이다. 역시 최약체이면서 내 라이벌로 삼을 만하다.

검은 말을 잡다니, 실력을 인정받았을지도 모른다

말을 옮기자마자 실수했다!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Martin 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동시에 Martin 이 악수를 두었는데도 내가 모르고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었다.


일방적으로 말을 빼앗기만 하는 수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걸 내어주고 더 중요한 걸 취하는 게 전부인가 보다.


때에 따라 폰이 중요하기도 하고 비숍이 중요하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가치를 읽는 게 중요한 것일까.

좋은 승부였다, 불가리아의 Martin

끝내 이겼다. 사실 이번에도 스테일메이트가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렇게 끝을 낼까 싶었는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어쩌면 나는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헛된 상상으로 다음 상대를 찾는다.


이번에는 그리스의 Elani다. 실력이 무려 400이나 된다.

졸지에 평화주의 체스

의외로 잘 풀어낸다 싶었더니 결국 무승부가 났다. 이번에는 상대 말 하나만 남겨놓고도 무승부가 났다.


정말 최약체에게서 1승을 거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름 4전 2승 2무를 기록. 30분 전에 규칙을 익힌 유치원생 정도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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