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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Feb 23. 2022

오늘의 성취 : 배수구 거름망 바꾸기

효과는 모르겠으나

입주 초기에 집 안에서 커다란 바퀴벌레를 본 일이 있다. 모두 세 마리를 만났는데 한 마리에게는 몸통 박치기를 당했다.


바퀴벌레를 처음 본 것이야 아니었으나 살면서 본 바퀴벌레 가운데 가장 큰 개체를 보니 충격이 꽤 컸다. 더듬이를 제외하고도 손가락 정도의 길이였는데 더듬이가 몸체와 비슷한 길이였다. 아마 기회만 준다면 표현이 점점 과장되어 강아지만 한 바퀴벌레를 보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하간 집 안에 어떤 틈이 있기에 이런 바퀴벌레가 나타났을까 싶어 이리저리 살핀 끝에 해충방제 업체를 찾았다. 이번 기회에 여기저기 틈을 찾고 약을 뿌릴 수 있을까 싶은 기대에서였다.


서설이 길었다. 당시 업체 직원을 통해 화장실에도 처치를 하나 했는데, 배수구 아래로 거름망을 설치한 것이었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바퀴벌레를 만난 일이 없으니 마음은 편하다. 그러나 이 거름망에 머리카락과 먼지 따위가 끼고 끼어 물이 잘 빠지지 않게 되었다.

머리카락과 해진 거름망의 콜라보

배수뿐만 아니라 깔끔하지 않은 외양도 문제. 드라이버와 갈아 끼울 거름망을 준비한다. 거름망은 상추 화분을 만드는 데에 썼던 물건이 남았기에 그대로 썼다. 본래 화장실 배수구에 쓰는 용도는 아니지만 해질 걱정이 없겠다 싶었다.

거름망에 남은 먼지는 차마 찍지 못했다

드라이버는 의외로 유용했다. 커버 테두리에 찔러 넣을 도구가 없어 배수구 구멍에 드라이버를 넣어 지렛대처럼 밀어 올린다. 커버가 얇아 자칫 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설치한 시기가 꽤 예전이었던 만큼 거름망에 엉긴 먼지 따위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커버를 연다고 곧장 배관이 드러나는 건 아니었다. 부족한 상식과 함께 플라스틱으로 된 부속을 들어 올렸는데, 아마 트랩인 모양이었다. 평소에는 막이 닫혀 있다가 물이 흐를 때만 열려 악취 등의 역류를 막는 원리로 생각된다.


그런데 트랩을 들자마자 드러난 배관에서 악취가 난다. 기능을 하고 있었구나.

사이즈가 딱

커버를 덮기 전 새 거름망을 얹는다. 넓이가 알맞다. 업계에 통용되는 규격이 있는 것일까.

깔. 끔.

커버를 덮었는데 약간 들뜨는 기분이 든다. 마음이 아니라 커버가.


주변을 가볍게 청소하고 작업 끝. 다음에 또 거름망을 교체할 즈음에는 트랩을 새로 사서 교체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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