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권조 Mar 01. 2022

오늘의 성취 : 세탁기 청소

물난리 비긴즈

세탁기를 새로 들인 지 3년이 조금 더 되었다. 주기적으로 삶는 빨래를 했으니 세탁기 청소는 생각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검색했더니 드럼 세탁기를 청소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어 부랴부랴 배우고 몇 주를 미룬 끝에 세탁실 문을 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세탁실 바닥이 타일이라는 것이었고 불행한 점은 날이 춥다고 카펫을 깔아 두었단 것이었다. 빨래 바구니부터 해서 모든 걸 바깥으로 들어내는 게 첫 작업이었다.


청소 목표는 크게 4가지로 잡았다. 1번은 세제 투입구 청소, 2번이 전면 하부의 호스 청소, 3번이 배수구 청소, 4번이 세탁실 바닥 청소였다.

감출 수 없는 오염의 흔적

세제 투입구를 당겼을 때 보이는 PUSH를 누르면서 당기면 투입구 전체가 빠진다. 그런데 누른다고 해서 딸칵 소리가 나는 건 아니어서 부품이 부러질까 걱정이 됐다. 도로 넣을 때도 마찬가지.

라면 후레이크 아닙니다

투입구를 제거하고 드러난 공간이 꽤나 대단하다. 냄새가 나는 건 아니었으나 아마 잔여 세제가 말라붙었는지 감촉이 미끄럽다. 왜 부스러기... 가 있는 것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세탁실이라면 당연히 수도꼭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세탁기에 급수를 하기 위해 연결된 호스를 빼고 쓰기가 괜히 두려웠다. 역시 걱정과 두려움이 사람을 괴롭게 한다. 저기 물을 곧장 뿌리지 않고 커피포트로 물을 조금 뜨겁게 데워 붓는다.

그래서 여길 무어라 불러야 하는지 여태껏 모르겠다

그런데 세제 투입구 쪽으로 물을 붓기 전 열어야 할 곳이 있다. 세탁기 전면 하부에 있는 곳인데 누르고 싶게 생긴 부분을 누르면 열린다.

왜 여기로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커버를 열면 분해하는 방법을 친절한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다. 사진 좌측의 호스는 본래 위쪽을 보도록 고정이 되어 있는데 그냥 쓱 당기면 되고 마개는 돌려서 뽑으면 된다. 오른쪽의 큰 구멍에도 마개가 있는데 이 역시 돌리면 어렵지 않게 빠진다.


세제 투입구로 물을 흘리면 이 하단으로 물이 흐른다. 일부는 세탁조 안으로 들어간다. 왜 전부 세탁조로 이어지지 않는지 이 부위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물을 부을 때마다 이곳을 통해 먼지가 주룩주룩 나오니 뿌듯하기가 그지없다.

뽀송

세제 투입구와 전면 하단의 부속을 모두 해체해서 세척한다. 사이사이 칫솔질도 하는데 어쩌다 여기 슬러지 같은 게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 그걸 모르는 나 자신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점은 잔여 세제 때문인지 세척할 때마다 금세 거품이 생긴다는 것이다.

안심할 곳이 없다 안심할 곳이

세탁조 안은 세탁할 때마다 물과 세제가 다니니 먼지가 남아있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탁조의 고무 패킹은 그렇지가 않았다.


지난 3년을 슬퍼하면서 닦고 또 닦는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이 있어 그 작업이 또 곤란했다.


바닥 청소는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세탁실 구조 때문에 세탁기를 두고 그 뒤로 공간이 제법 남는다. 문제는 통행이 불가능해 거기 쌓이는 먼지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한다는 데 있다. 


때로 세탁실 창문을 닫지 않은 채 몰아치는 비를 맞아 세탁실이 흥건해지면 먼지가 얼마간 씻겨나갔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심지어 빗물 때문에 더러워지는 구석도 있다.


결국 세탁기 아래로 물을 끼얹길 여러 차례. 청소는 넓게 보아 운동이지 않은가 생각하면서 바닥을 치워낸다. 배수구는 예전에 호스 주변으로 그물망을 끼워 넣은 일이 있다. 직접 한 건 아니고, 바퀴벌레 등장 후에 부른 업체 직원이 낸 예방책이었는데 바닥을 청소할 때마다 먼지 등이 끼고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과감하게 제거하고 혼란에 빠지기로 했다. 정말 혼란에 빠졌으나 우여곡절 끝에 해결이 되었다. 호스를 빼 내고 하수도를 직접 마주하는 건 코에게 미안한 일이긴 하다. 화장실을 위해 주문한 트랩이 언젠가는 도착할 테니 규격이 맞길 희망한다.


작업 시간을 보니 2시간 30분 정도가 쓰였다. 중간에 밥도 먹었으니 실 작업은 그보다 조금 적겠다. 어쨌든 세탁기도 세탁이 필요하다.

이전 27화 오늘의 성취 : 체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