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냉면과 하얀 티셔츠는 어울리지 않아
점심을 맛있게 먹기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즐거웠다. 문제라면 새하얀 옷을 입고 빨간 양념 가득한 면 요리를 먹었다는 데에 있었다.
큰 마음먹고 외출에 나섰기에 집에 돌아오는 동안 볕에 옷을 잘 말리기까지 했다. 양념이 튀자마자 조치하지 않으면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던데.
집에 돌아와 싱크대에 티셔츠를 벗어두고 얼룩 지우는 방법을 검색했다.
내가 시도한 방법은 '미라클 호야' 님의 네이버 블로그 '단순함의 가치'에서 보고 따라 했음을 알린다. 관련 링크를 아래 첨부한다. 그렇지만, 제대로 따라 하진 못했다. 그러니 이번 성취 도전의 결과와 블로그가 소개한 방법의 신뢰도는 상관관계가 없다.
재료는 3가지. 베이킹파우더, 식초, 주방세제다. 우선 적신 면포에 베이킹파우더를 챱챱.
면포라고 하니 떠오르는 것이 없어 스카트에 베이킹파우더를 뿌렸다. 그리고 티셔츠에서 양념이 묻은 자리에 문지른다.
그다음에는 베이킹파우더를 문지른 자리에 식초를 뿌린다. 그리고 하얀 티셔츠 위에다 사과 식초를 뿌리니 손이 굳었다.
사과식초. 식초는 식초이나... 색이 묘하게 진하다. 티셔츠에 사과 음료 색으로 얼룩이 번진다. 매뉴얼을 제대로 읽지 않아 문제를 키우는 사람의 정석이 된 기분이다.
이렇게 된 거 곧장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사이사이 옷을 짧게 잡아 벅벅 문지르고, 얼룩이 남은 자리에 주방 세제를 뿌려서 또 벅벅 문지른 다음...
가망을 찾지 못해 결국 세탁기로 직행했다. 그래도 나보다는 과학기술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개발했으니 얼룩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볕에 뽀송하게 말리며 집에 왔던 때문인지 초기 대처가 잘못된 때문인지 세탁을 마치고도 티셔츠의 얼룩은 사라지지 않았다.
제법 아끼는 물건 중 하나인데 아쉬운 마음이 가득해 절망하던 차에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햇볕에 쬐이면 얼룩이 지워질 수도 있단다.
결과는 대만족. 어설프게 따라한 요령과 세탁기 모두 하지 못한 일을 해님이 해냈다. 북풍과 태양의 싸움처럼 이번에도 해가 이겼다. 이것이야말로 온고이지신일지도 모르겠다.
돌고 돌아 이번에도 제법 마음에 차는 성취를 얻었다. 새하얀 옷을 되찾으니 잃어버린 마음 조각도 조금 되찾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