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세계
2021년 7월 22일 목요일 날씨는 무척 무덥지만 화창해.
:세상에는 코로나 19 델타 변이가 날뛰고 있다!
아가, 어미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1년여가 되었어. 처음엔 책을 사서 선 그리기부터 시작해서 독학하였지. 그림 그리기가 기술이라며, 배우기만 하면 어미도 밥 아저씨처럼 쓱쓱 멋들어진 그림을 그려낼 줄 알았어. 그런데, 몇 장을 그려보고 나서, 어미가 그린 그림은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보다도 못하다는 걸 깨달았지. 그리고 사실은, 그 길로 그림 그리기를 그만두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원 드라이브에서 보여주는 ‘몇 년 전 오늘’ 사진들을 보다가 아주 오래전, 네가 한두 돌 때쯤 되었을 때 사진을 보았어. 그리고 문득, 아가를 그려줘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는데, 그때부터 아이패드로 그리는 그림 실력이, 이전보다 일취월장하였다.
이 그림 속의 어느 날은, 너와 내가 단둘이 있을 때였어. 글도 모르는 네가 이리저리 온 책을 뒤적거리다가 내던지고, 또다시 다른 책을 뒤적거리다 내던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더니, 한 권의 책에서 멈춘 채, 그리 오래도록 눈을 찡그리며, 들여다보는 거야. 그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어미는 사진을 찍었지.
십수 년 지난 어느 날, 어미는 너를 그리기로 마음먹고서, 아이패드로 사진을 이리저리 확대해보았지. 그런데, 그때 그 시절엔 보이지 않았던 많은 이야기 들이 그 안에 있었어. 네가 보던 책 속에서 ‘주사기’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고, 주사를 안 맞겠다고 우는 어린 여자아이와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어.
그랬어. 너는 그 얼마 안 되는 생의 경험에서 정말 놀랍도록 아프고 끔찍했던, 주사를 떠올리며, 책을 보고 있었어. 너는, 그렇게 그림책을 보고 또 보며, 너의 마음의 세계를 자꾸만 넓혀가고 있었던 거야. 그런 줄도 모르고, 어미가 덜되었던 나는,
‘앉은 자세 좀 봐, 마치 곰돌이 푸우 같잖아. 저 볼록 한배 라인 하며, 오동통한 다리, 통통한 볼. 다리사이에 꿀통만 그려주면 딱 곰돌이 푸우다.’
라며, 그저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너를 부르고 또 불렀지.
그런데도 너는, 매번,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듯, 만개한 웃음으로 내게 보답해주었어.
어미가 덜되었던 그때의 나는,
네가 내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고 위안이 되는 줄 몰랐어.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