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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row and pleasure Sep 10. 2021

나는 15년 경력 단절 전업주부였다

마음을 읽는 내면 독서와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가 준 새로운 삶


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던 2021년 봄의 나는, 15년 경력 단절 전업주부였다. 그런데 이 글의 마지막인, 에필로그를 쓰던 어느 날 갑자기, 국가 직속 기관의 연구 교수가 되었다. 사실, 2020년 2월에 풋내기 박사가 되었던 나는, 곧바로 코로나 19의 대환란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구직 길이 꽉 막힌 터였다. 그때, 나는 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 교수에 지원했었다. 주변에서는 ‘그거 쉽지 않다,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라며 만류했지만, 그저 나 홀로 묵묵히 거기에 지원하기 위한 자격조건을 채워나갔다. 그 후 나 혼자 몇 달간 또 연구 교수 선정을 위한 계획서를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학술연구 교수를 5년 동안 할 수 있는 부문이랑, 1년간 단기로 할 수 있는 부문 모두에 지원했는데, 사실, 두 부문 모두에서 혹독한 평가서와 함께 탈락을 맛보았다. 결과를 보고 한동안 나는, 연구 슬럼프에 빠졌었다. 그리고 연구하려고 마련한 공간에서, 난 한동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평가위원의 호된 평가서를 보고 나니, 나는 문득 내 나이 서른여섯, 아이가 여섯 살일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많은 이야기가 마음에 다시 떠올랐다. 방송대에 처음 들어갈 때도 사람들은 이제 배워 뭐에 써먹냐며 다들,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석사를 갈 때도, 박사를 갈 때도, 그 나이에 되봤자다, 주변에 널린 게 석박사라며, 시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딸을 빼면, 모두 다 나의 만학을 뒤에서 비웃었었다. 심지어 나를 가르쳤던 석사 때 교수님들조차, 내 꿈이 박사가 되는 거라고 했을 때, 그저 다들 말없이 웃으셨었다. 또, 내가 역시나 박사 후에도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고 혼자 보수도 없는 개인 연구를 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며, 엄마가 아이 내팽개치고 그 나이에 공부해봤자 시간 낭비일 게 뻔할 거 같았다며 동정과 비난을 섞어 내게 말했다. 또, 돈도 벌지 못하는 그걸 왜 계속하냐고 내게 물으며, 지난 내 십여 년의 배움의 과정이 시간 낭비였다고도 했다. 

          

그런데, 나는 늘 이런 몹쓸 말을 시시때때로 들으면서도 꾸준히 해내 왔다. 어차피 누구 보여주려고, 뭐가 되려고 시작한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과 글쓰기가 이끌어 준 배움, 그냥 그 배움의 과정 자체가 재밌고 보람 있었으며 퍽 행복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배움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더 성숙해지는 나를 만났던 희열도 떠올랐다. 그렇게 난 그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신나게 공부를 했을 뿐인데, 어느 날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가 되어있었다. 내게 배움은 늘 무척 중독적이었고 황홀했었다. 주변 모든 사람의 비웃음을 다 물리칠 정도로 새로운 배움으로 변화되는 나를 보는 일은 퍽 행복한 일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내게 했던 모진 말을 가슴 저 밑으로 쑤셔 넣고, 새롭게 추가된 평가서의 비판도 같이 접어 넣고, 박사 후 구직 실패의 나날에도 늘 내가 하던 대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운동을 하고,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먹으며, 매일매일 내가 해야 할 연구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렇게 박사 후 실업의 날들이 또 하루하루 모여 일 년이 되고, 이 년째가 된 어느 날이었다. 무슨 일인지 6월에 합격 여부가 통지되고, 이미 다른 연구자들은 연구를 시작한 상태에서 학술연구 교수에 예비선정 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그리곤, 최종선정까지 삽시간에 되었다. 또, 연이어 다른 일도 생겼는데, 내년부터 사이버 학사학위 과정에서 운영지도 교수를 할 기회도 생겼다. 인생은 참,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 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 끝난 일이라 생각했던 것도, 이렇게 나도 모르게 계속 진행형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매 순간을 성실히 살지 않을 수 없다. 언제 다시 기회가 내게 손을 내밀지 전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나는 스스로 마음 치유를 시작했던 서른에서, 순식간에 마흔 중반에 이르렀다. 그리고 결혼 후 15년간 스스로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홀로 했던 내면 독서와 수도 없이 써댔던 마음의 글들은 나의 무지한 생각의 틀과 행동을 바꾸더니, 어느새 나의 스펙과 직업까지 모조리 싹 바꿔놓았다. 이런 게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적일까. 지금 내가 이루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가 스무 살 초반에, 다시 태어나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무지하고 불행한 나에서 삶을 알고 나를 아는 행복한 나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제 15년간의 셀프 마음 치유과정에서 내가 실천했던 내면 독서와 마음을 쓰는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해 이 한 권의 책으로 옮겼다.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가족들조차,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뭘 또 시작하냐고 반신반의했었다. 이제는 이런 주변의 놀라움과 만류가 내게는 햇살이나 바람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것들은 이제 나를 주저앉히는 도구가 되지 않았다. 나는 예전에 방송대 공부나, 석박사 공부를 할 때처럼,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처럼, 다시 한번 나를 믿고 매일 성실히 써나갔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든, 아무리 어려운 일을 하든 나를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15년간의 배움, 독서, 글쓰기를 통한 셀프 치유 활동 들이 내게 준 선물이기도 했다. 15년 전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지금의 삶은, 내가 어느 날, 아무 목적 없이 써대던 마음의 글들과 하루에 몇 쪽씩 읽던 책들, 그리고 터무니없어 보였던 꿈들을 품는 데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쓰는 내게 나를 돌아볼 기회를 주었으며, 나의 셀프 마음 치유 경험을 다수의 타인과 나눌 기회를 주었다. 또한, 박사 후 구직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진통제였다. 이제 나는 학술연구 교수로서, 운영 교수로서의 삶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거기에도 또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있겠지만, 장애물 육상 경기의 허들을 넘는 기분으로 힘차게 넘어 볼 생각이다. 장애물은, 우리가 넘어지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넘기 위해 존재하는 거처럼, 우리가 인생을 살며 만나는 실패, 좌절, 고통 들도 우리가 훌쩍 뛰어넘어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만나게 하려고 존재한다.      

              

내 나이 마흔다섯, 난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또 무슨 일들이 생겨날까 무척 기대되며, 그 유명한 한비야 선생님의 말씀처럼, 내가 또 앞으로 무엇이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는 45년 동안 내가 겪어왔던 것만큼 다양한 실패와 좌절, 성공과 기쁨,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삶이 남아있겠지만, 이제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난 드디어 인생의 풍랑에서 잘 견뎌내고 잘 살아나가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것을 배웠다. 또 난 실패와 좌절을 넘나드는 성공에 진정한 기쁨과 희열이 있다는 걸 알기에, 어떤 시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나갈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받은 학대의 상처에 허덕이며 산후 우울증을 앓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였던 내가, 십몇 년 전 어느 날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도 꼭, 오늘부터 무언가를 시작해보면 좋겠다는 기대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 짧은 마음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늘 무엇이든 배울 거리를 찾아 나서길 바란다. 안된다는 사람들의 말, 지인들의 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넘어서 보자. 그런 말을 하는 그들 역시 그런 길을 가보지 않아서, 두려워서 그리 말하는 거뿐이다. 당당히 그길로, 어렵다는 엄마이자 여자의 꿈의 길로 가보자. 그리고 그들을 이끌어 주는 선구자가 되어보는 거다. 그 시작은 너무 쉽고 쉽다. 그저 오늘부터 무언갈 읽기만 하면 된다. 그저 쓰기만 해도 된다. 무엇이든 쓰고, 공부하고, 읽고 또 쓰고, 공부하면 된다. 또, 세상으로 나가 뭘 해보면 된다. 실패의 두려움이나 재능, 나이를 생각지 말고, 몰입해 보자.


그러다 보면, 내가 그러했듯이 분명히 거기에 당신을 위한, 당신만을 위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있을 것이다. 나는 세상의 많은 엄마이자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그라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꿈을 찾고 이뤄나가는 기쁨은 우리의 나이가 몇 살이든 간에 우리에게 하루하루 살아갈 기쁨을 준다. 중년, 엄마, 나이의 테두리에 갇혀 있기엔 너무나 당신이 아깝고 안타깝다. 나는 누구나 마음을 읽는 내면 독서와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나처럼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저 지금 시작하면 된다. 나이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시작해보자. 새로운 삶은 40대에도, 50대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되니까 말이다.



       

2021년 9월 8일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개인 연구실에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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