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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균 Aug 23. 2024

무시기 임현균의 그림 이야기

실 잣는 사람 / The Spinner / 벨라스케스

<무시기 시즌4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탐방 45 – 실 감는 사람>

그림 출처:  https://www.museodelprado.es/ (프라도 미술관)

無작정

始작한

그림이야期~

:


벨라스케스 <시녀들>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수록 재미난 이야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누굴 그린 것인가? 화가는 왜 등장? 왕과 왕비가 주인공인가? 화가 가슴에 있는 훈장 이야기, 유모 난쟁이 이야기, 왕과 왕비의 위치 등이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어제 본 <실 잣는 사람, The Spinner, 1657>에 대한 그림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보이는 대로 읽기]

전경의 여성들은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좌측에 붉은 커튼을 접고 있는 여인, 그 옆에 물레를 돌리면서 이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여인이 한 그룹입니다. 



가운데 조금 뒤에 앉아서 바닥에 있는 것을 정리하는 여인. 이 여인은 왼손에 판 같은 것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두 명의 여인이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흰옷 입은 여인은 실을 어떤 구조물에 걸어 놓고 있습니다. 아마 직조하면서 실이 술술 풀리도록 미리 조처하는 듯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맨 오른쪽의 여인은 바구니를 막 가져왔는지, 혹은 들고나가는지 손잡이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전경의 다섯 여인들 뒤로 또 다른 여인 다섯 명이 보입니다. 



후경에 있는 다섯 명의 여인은 앞쪽 여인들과는 옷차림부터 다릅니다. 바라보는 곳이 실 잣는 공간이라서 후경이 주된 공간이 아닌 듯 보입니다만, 그곳 출입문이 다른 곳에 있고 공간이 다른 곳으로 확장되어 있다면 후경 공간이 메인 공간일 듯합니다. 사물은 바라보는 곳에 따라서 주와 부가 결정되는 듯합니다. 


후경의 풍경은 투구와 전투 옷을 입은 사람, 흰옷을 입고 중앙에 앉은 여인,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푸른 옷의 여인, 그 옆에서 실 잣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공간을 이어주는 중간 위치에서 후경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는 여인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실 잣는 사람, The Spinner, 1657>은 스페인어 발음으로는 <라스 힐란데라스, Las ilan 'deras> 라고 합니다. 이 그림은 또한 <아라크네의 우화, The Fable of Arachne>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라크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뛰어난 방직 기술을 가진 인간여성입니다. 자신의 솜씨를 아테나(지혜, 전쟁, 직물, 요리 도기, 문명의 여신)에게 자랑했고, 신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의 분노로 인해서 결국 거미로 변했습니다. 이제 이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전경의 풍경은 인간들의 공간이고, 아라크네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경은 아테나의 공간이고 신의 공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공간 혹은 한 화면에 두 가지 이야기를 그려 넣는 방식은 벨라스케스의 초창기 그림에서도 나타납니다.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계신 그리스도, 1618>라는 그림이 바로 그런 형식입니다. 연도를 보면 벨라스케스가 19살입니다. 그림에서 주로 보이는 것은 부엌과 여성 두 명입니다. 성경에서 묘사된 내용처럼 밥을 준비하는 여인은 마르다, 저 멀리 원경에 그려진 발치에서 이야기를 듣는 여인은 마리아입니다. 



노파는 누구인지 이야기가 분분합니다만. 그 집의 하녀, 마르다의 미래, 그저 우화적 알레고리라고도 해석합니다. 어떤 설명에는 아테나의 변신이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림의 내용보다도 1600년대 초반에 살았던 스무 살 청년이 이런 그림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이 작품의 완성 연도가 벨라스케스의 말년으로 표기되지만, 실제로는 이미 십 수년 전(1644~1648)에 완성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시녀들, Las Meninas>와 더불어 벨라스케스의 가장 위대한 그림이라고도 평가됩니다. 


다음 주에도 벨라스케스 그림 몇 점 더 보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


<무시기 사랑방: 죽기 전 들어 보아야 할 앨범 1000 - 99>

앨버트 아일러(Albert Ayler, 1936~1970)의 앨범 <Spiritual Unity, 1965> 중에서 <고스트>입니다. Variation이 두 개인데 오늘은 두 번째입니다. 중간에 일부러 그러는 듯보이는데, 음이 깨지고 플랫되는 부분은 불편하기도 합니다. 

Ghosts: Ghosts: Variation 2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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