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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기 임현균의 그림 이야기

이노첸시오 교황의 초상

by 임현균

<무시기 시즌4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탐방 49 – 벨라스케스 11 – 교황의 초상>

그림 출처: https://www.museodelprado.es/ (프라도 미술관), 위키 백과 등

無작정

始작한

그림이야期~

:


오늘은 교황의 초상화를 마지막으로 벨라스케스의 이야기는 요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스페인 화가이기도 하고, 그의 그림은 여러 화가들의 교본처럼 사용되는 것이라서 할 이야기나, 그림 이야기를 들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만, 너무 한 분의 그림만 계속하면 재미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 그림은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650>입니다. 앞에서 가볍게 다루고 지나간 그림입니다만, 한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Papa_Inocencio.jpg


[보이는 대로 읽기]

근엄해 보이는 아저씨가 보입니다. 교황의 초상화라고 하니 당시 포프(교황님)이시겠습니다. 눈빛이 매우 날카롭습니다. 붉은 모자와 교황님의 의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계십니다. 의자는 금으로 장식된 멋진 의자입니다. 상의는 붉은색이고 하의는 날개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천으로 되어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어떤 편지를 받으셨는지 왼손에는 종이를 들고 계시는군요. 교황님의 의복을 강조하려면 뒤 배경을 청색이나 검은색 계열로 바탕을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데, 벨라스케스는 더 짙은 검붉은 색의 커튼을 이용하여 교황님의 표정과 의복에 전체적인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일관성(consistency)이라는 정의도 좋겠고, 확장성(expansion)이라고 말해도 좋겠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사고는 종종 오래된 관념에 갇혀 있기 쉽습니다. 나의 관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교류하고 부딪히고 사고의 융합이나 노선 변경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렵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대화를 한다고 사고가 변화하는 사람은 소위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지요. 내 안에서 조용한 변화를 꾸준히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화가 이야기] 벨라스케스는 1599년 출생자라서 1650이면 51세로 이제 화가로서는 거의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궁정화가로서 제직 하면서 1650년 로마를 방문했을 때 당시 교황인 이노첸시오 10세(본명: 지암바티스타 팜필리, Giambattista Pamphilj)의 의뢰로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교황은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하지요. 자신의 완성된 초상화를 보고 “와우~ 너무 진짜 같군요(Troppo vero!)”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자신의 초상화에 교황이 놀란 것은 벨라스케스가 교황의 얼굴 주름과 피부의 질감을 세밀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습니다. 이 초상화의 가치는 화가가 관찰한 높은 통찰력에 있습니다. 엄격함, 권위, 인간적 면모를 적절하고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입고 있는 의상과 배경의 조화, 권위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교황의 고독과 어려움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한번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이 변형하여 그린 <이노첸시오 10 세 교황 초상의 연구, 1953 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을 보여드린 바 있습니다. 베이컨은 원작의 구도를 사용하여 인간 내면의 불안전성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위엄 대신 공포와 고통을 상징화했고, 그림 속 교황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형태는 유령 같기도 합니다. 20세기 중반의 전후 시대에 벌어져 있는 인간 존재의 불안전성과 본질, 혼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Study_after_Velazquezs_Portrait_of_Pope_Innocent_X1-772x1024.jpg


지난 2-3주 사이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비롯하여 <물레질하는 여인들(실 잣는 사람, The Spinner, 1657)>, <마르다 집에 들른 예수님> 등에서 보여주는 이중 이야기 그림들, <농부의 점심>, <달걀 프라이 하는 노파>, <물장수>, <비너스의 뒷모습> 등과 같은 드라마와 같은 장면도 즐겼습니다. <마르스>, <마르가리타>, <펠리페 4세>, <교황 이노첸시오> 등의 초상화에서 읽히는 인물의 피로, 권력, 권위, 위엄 등을 보았습니다. 한 화가의 작업이 스스로 만든 관념에서 벗어나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그림 여행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모두 행복하셨기를 바랍니다.



Mars.jpg


물장수 1618.jpg


the-spinners.jpg



Las meninas.jpg


<무시기 사랑방: 죽기 전 들어 보아야 할 앨범 1000 - 106>

오늘도 바로크 음악입니다. Musica Antiqua Köln & Reinhard Goebel의 앨범 브렌덴브르크(Brandenburgische Konzerte 4-5-6; Ouvertüre BWV 1069, 1995)에서 듣겠습니다. 오늘은 길게 바로크 분위기에 취해 보시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kCYSmmERl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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