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기 임현균의 그림 이야기

뜀 박 질 / 귀도

by 임현균

<무시기 시즌4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탐방 58 – 사과, 황금 사과>

그림 출처: https://www.museodelprado.es/ (프라도 미술관), 위키 백과 등

無작정

始작한

그림이야期~

:


혹시 머릿속에 기억나는 뜀박질에는 어떤 것인지요? 저에게 묻는다면 세 가지 정도 이야기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장 어렸을 때 들었던 토끼와 거북이는 살아오면서 누누이 인용된 것이니 첫 번째로 꼽을 테고, 마라톤 전투에서 승전 소식을 전하려고 아테네까지 42 km를 뛴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가 두 번째 정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아폴론에게 쫓기다가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 이야기가 세 번째 정도 되겠네요. 토끼와 거북이는 살면서 주변 경관을 보면서 잠시 쉬어 가지 못하게 하는 조급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조금 있는 우화였고, 페이디피데스를 보면서도 조금 요령 있게 뛰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마지막의 다프네 이야기는 아폴론이 괴물 피톤을 무찌르고 나서 우쭐한 마음에서 꼬맹이 에로스의 화살을 비하하면서 생긴 비극입니다. 아폴론에게 사랑의 화살을, 다프네에게 혐오의 화살을 쏘았기 때문이지요. 큰일이 있으면 우쭐해지기 마련이지요.


오늘 그림은 비슷한 경주이야기입니다. 히포메네스와 아탈란타(Hipomenes y Atalanta)인데, 아탈란타의 영어 발음은 아틀란트입니다. 이 둘은 왜 뛰게 되었을까요?


Hipomenes y Atalanta.jpg


[보이는 대로 읽기]

그림은 아주 단순합니다. 너른 들판에 우측으로 향하는 벌거벗은 남자가 있고, 그 뒤로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여인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남자가 오른손을 뻗고 있고, 여인은 손에 계란 같은 것을 잡고 있습니다. 왼손에 한 개, 오른손 밑에 한 개 두 개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저 멀리 사람들이 좌우에 무리 지어 이곳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사람은 왜 이렇게 벌거벗고 뛰고 있는 것일까요?


[화가 이야기]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642)는 바로크 대표 화가로 이탈리아 카라치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고전적 균형미와 섬세한 아름다움을 특징으로 르네상스의 조화 위에 바로크의 극적 요소를 더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종교, 신화, 초상화에 능통해서 왕실과 교회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아름다운 여인 아틀란타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Ovid)가 기원후 8년경에 작성한 서사시의 한 이야기입니다. 주로 변화와 변신이 주제였고, 인간, 신, 자연 등이 다양한 사건을 통해 다른 형태로 변화(Metamorphoses)하는 이야기입니다. 다프네 이야기도 여기서 등장합니다. 수선화로 변하는 나르키소스와 에코 이야기도 여기서 등장하지요. 여기서 달리기 명수였던 아틀란타는 “영원히 결혼할 수 없다”는 신탁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의 아름다움에 줄지어 청혼자가 생겼고, 거절에 힘들어진 아틀란타가 경주에서 지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여 많은 남자가 숨져갔습니다. 사실 아틀란타는 사냥에도 일가견이 있어 칼리돈의 멧돼지 이야기에도 등장합니다. 히포메네스는 목숨 바쳐 뛰는 남자들이 바보라고 생각했지만, 경주를 하는 아틀란타를 보고 나서 그 아름다움에 상사병이 생겼습니다. 히포메네스는 아프로디테에게 경주에서 이기게 해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했고, 황금사과 3개를 얻게 됩니다. 뒷 이야기는 그 덕분에 이기게 되었고, 아쉽게도 이기게 해 준 여신에게 감사하지 않아서 두 사람은 happily forever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뛰기만 하는 것도, 뛰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뛰다가 딴짓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뛰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고, 뛰는 것만 하는 사람이라면 경치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어떤 유형인지는 스스로 압니다.


<무시기 사랑방: 죽기 전 들어 보아야 할 앨범 1000 - 115>

낭만주의 음악 들어볼까요? Mitsuko Uchida의 앨범 <Piano Sonatas Op. 109, 110, 111, 2006>입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4JV7ArZgSY


#명화 #음악 #무작정_시작한_그림이야기 #무시기 #임현균 #내머릿속미술관 #의과학산책 #소소공방 #스페인 #프라도_미술관 #prado #Reni_Guido #Hipomenes_y_Atalanta #뜀박질 #명앨범 #Mitsuko_Uchida #Beethoven



[알림] 발레 그림 화가 김윤희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KakaoTalk_20240919_104700328.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시기 임현균의 그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