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명사보다는 동사였으면

이루지 못한 꿈

by 남궁찬

'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언제나 어릴 적 그림책에서 본 장면이다. 별을 손에 쥐려는 아이, 구름 위를 걷는 사람, 무대 위에서 빛나는 누군가. 꿈은 늘 반짝이는 명사로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의사, 작가, 배우 건축가. 꿈은 어떤 '무엇'이었고, 나는 그것을 이루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 '무엇'까지 가는 길은 참 멀고 고르지 않았다. 누구는 단숨에 도달하고, 누구는 몇 번이고 돌아서고, 누구는 중간에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꿈이 꼭 무언가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이루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면 안 되는 걸까?


꿈이 명사였을 땐 자꾸 비교하게 된다.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람과, 이미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 사이에서 스스로를 쪼그라뜨린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안 됐어"라는 말이 습관처럼 입에 붙는다.

하지만 꿈을 '동사'로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꿈은 그저 행복이 된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서 매일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도 꿈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쓰기 위해 하루에 한 줄이라도 적는 것도 꿈이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틈틈이 연필을 드는 것도 꿈이다.


꿈이 '살아내는 동사'라면, 우리는 이미 꿈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보다 방향이 중요한 것이고, 완성보다 과정이 빛나는 것이 된다.

'무엇이 되겠다'보다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더 단단해진다.


나도 한때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그게 어떤 특정한 직업이기보다, 그저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하루에 한 줄을 적는다. 하루가 힘들어도 마음을 붙들고 문장을 꺼내본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꿈을 '살아내고' 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요?

혹시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자책하고 있다면

잠시만 그 생각을 내려두고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꿈을 쓰고 있어.

조금 느려도 조금 부족해도, 매일 살아내는 중이야."


꿈은 멀리 있는 무엇이 아니라

지금 내가 걸어가는 방향이고

오늘 내가 들고 있는 마음이고

한 걸음씩 내딛는 동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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