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자리

말없는 사람의 흔적을 보는 법

by 남궁찬

오늘도 형이 앉던 자리 앞에 서 있다.

그 자리는 그대로인데, 형은 없다.

의자 등받이에 남은 작은 구김,

책상 위 연필 하나,

그게 다 인데도 자꾸 형이 떠오른다.


형은 말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이 적었다.

나는 늘 뭐라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형은 대답 대신 그냥 조용히 있었다.

때로는 그게 답답했고, 때로는 안심이 됐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말 없는 사람은 말보다 더 많은 걸 남기는 걸까.

형이 남긴 흔적들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잔재처럼

조용히 내 마음을 건드린다.


나는 그 자리를 바라보면서

말없이 살아가는 방법이

꼭 차갑거나 외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형은 그냥…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견디고, 나를 지켜왔던 거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형이 앉던 그 자리 앞에서

말없이, 형을 생각하며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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