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나무

형의 자리에서 남긴 구겨진 종이

by 남궁찬

형이 남긴 시 한 편, 제목은 「나무」였다. 단순한 제목인데, 그 안에는 단순하지 않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 시는 화려한 수사로 꾸며지지 않았다. 대신 아주 담백한 문장들로 나무를 그려낸다. “한 자리에서 평생을 굳건히 지키는” 존재로서의 나무, 비바람에도 아픔을 알지 못한 채 그 자리를 지탱하는 나무. 겉으로 보면 그냥 흔한 풍경 같지만, 형은 그 안에서 외로움과 견딤을 읽어냈다.


시를 읽다 보면, 나무는 곧 ‘나’이고 ‘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외로움에 지탱해 살아가는 존재, 그러나 꽃이 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로움을 잊어버리는 존재. 그 모습이 어쩐지 인간과 닮아 있다. 힘들고 지쳐도, 어느 순간 찾아오는 작은 기쁨에 다시 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의 삶 말이다.


나는 형이 왜 ‘나무’를 이렇게 바라봤는지 아직 다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형이 이 시를 통해 건넨 마음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위로라는 것이다.


“사계절 외로움과 행복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나는 나무입니다.”


형의 마지막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단단해지고 싶다. 외로움과 햇빛을 동시에 품으면서,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는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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