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없어도 사라지지 않는 이름
나는 글을 쓰는 내내 형을 불렀다.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서툰 다정함으로, 또 때로는 멀찍이 떨어져 형의 그림자를 따라가듯이 글을 썼다. 형이 남긴 작은 문장들, 형이 스쳐간 흔적들을 붙잡으며 나는 여기까지 걸어왔다.
연재의 마지막에 다시 꺼내게 된 것은 형이 직접 적어 내려간 시 <나무>였다. 그 글씨는 조금은 삐뚤고, 문장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담백함이 형을 닮아 있었다. ‘한 자리에서 평생을 굳건히 지키는’ 나무, ‘아픔을 알지 못한 채 자리를 지탱하는’ 나무. 형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그 안에 비춰두었던 게 아닐까.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오래도록 멈춰 서 있었다. 나무는 그냥 나무일 수도 있지만, 형은 그 나무에서 외로움과 견딤을 읽어냈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또다시 형을 읽어낸다. 평생 외로움에 지탱해 살아가는 존재, 그러나 어느 순간 꽃을 피우면 마치 외로움 따위 없었던 듯 잊고 살아가는 존재. 그것은 나무일뿐만 아니라, 형이었고, 나였으며, 결국 우리 모두였다.
연재라는 이름으로 글을 이어왔지만, 사실 이 기록은 형과 나의 대화였다. 이미 세상에 없는 형과, 여전히 그리움 속에 남아 있는 내가 서로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형은 말이 많지 않았지만, 나는 형의 시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조금은 들을 수 있었다. 짧고 담백했지만, 그 속에는 깊은 외로움과 동시에 견고한 다정함이 있었다.
이제 나는 글을 덮는다. 하지만 형의 시 <나무>는 덮이지 않는다. 그것은 내 안에서 계속 자라날 것이다. 어쩌면 이 연재의 끝은 새로운 시작일지 모른다. 형의 문장이 내 안에서 뿌리내리고, 언젠가 다른 이들의 마음에도 작은 그늘이 되기를 바란다.
형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오늘을 묵묵히 지탱하며 살아가야겠다.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고, 외로워도 결국 꽃을 피워내는 나무처럼.
그래서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연재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형을 부르는 일, 형의 시를 마음속에서 다시 읽는 일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속삭인다.
“형, 나는 여전히 그 나무 앞에 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