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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글 Jun 28. 2022

너의 18번째 생일에


지난주에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통장이라고 한다.

통장의 방문은 흔치 않은 일이라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주민등록증 발급통지서]



문자로 공지하고 모바일로 처리되는 요즘 같은 때에

이런 아날로그적인 전달은 새로웠다.

수령했다는 서명을 받고

하단부는 찢어가신다.


아..

주민등록증!


내일은 딸아이의 18번째 생일이다.

14시간 반의 진통 끝에 만난 도담이(태명)

이 녀석, 어느새 자라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어른으로 인증받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가 되었을까.


18살이라는 나이보다

어머님께서 첫 손주라 공들여 스님께 받아 출생 신고한  이름보다


[고2 - 예비 고3 ]


무시무시한 닉네임을 가진 이 구역 일인자.


컴퓨터를 켜고

외장하드를 연결하니

(성장앨범) 이라는 폴더가 있다.

엄청난 용량을 자랑하는 사진들




잊고 있었던 녀석의 시간이 영화처럼 흐른다.

사진과 동영상을 보다가 눈물  찔끔 흘리고, 기특하고 예뻐서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를 덥석 안았더니

왜 이러냐며 뿌리치고 제방으로 도망간다.

제 할머니한테는 수시로 안기고 비비더니~~~


일하는 엄마라 주중엔 외가에서, 주말은 집에서 두 집 살림으로 키운 아이였다.

같이 있지 못하는 게 미안해서 적었던 글들이 100개쯤 되면 출판하고 또 모아서 출판하고 세상 단 한 권뿐인 육아일기는 그렇게 7권이 되었다.



너를 많이 사랑하고, 미안하고,

네가 크는 만큼 엄마도 진짜 어른이, 엄마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잊고 있던 게 있었다.

성장앨범 폴더엔 우리 엄마가, 젊은 날의 엄마가 있었다.

첫 손주를 만난 그때

우리 엄마는 쉰넷이었다.

두 달간 산후조리를 해주셨고,

일하는 딸 대신 손녀 키우느라 편안하고 자유로웠을 당신의 시간을 포기하신 우리 엄마.


총명하고 예쁜 딸아이의 빛남은 외할머니의 손길에서 비롯되었고, 덕분에 나는 거저 [엄마]가 된 것이다.

한 것도 없이 거저...


몇 년 후면 내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된다.

갓난아기를 안겨주고 종일 돌보라고 한다면

아마 아기보다 내가 더 울어버릴 것 같다.




딸아~

생일을 축하해.

너의 빛나는 시간에  함께 하는 걸 감사하고 감사해.


너의 유전적인 엄마인 나와

너의 감정적인 엄마인 외할머니

그리고 너,

우리 모녀 3대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사랑해!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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