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글 Mar 18. 2023

화요일 3시, 연극을 보다

맨  앞 줄, 가운데 1인


지난번 나홀로투어-원주에 이어

이번엔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어떤 이벤트에 당첨되어 대학로에서 연극을 본 게

십수년 전이니 정말 오랜만의 혜화동이다.


적당한 연극을 고르고 예매를 한다.

전날이니 취소기한을 넘겨 안간다면 돈을 날려버리는

상황으로 만들어

혹시, 가기 싫어져도 연극표가 아까워 갈 수 밖에

없으라고~^^

백수아줌마에게 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연극은 3시다.

마로니에공원에서 서너시간을 멍때릴순 없으니

그 전에 뭔가 하나를 더 해야해서 폭풍검색을 해본다.


타로!

눈에 들어온 두글자.

저거다!






뮤지엄 SAN 에서도 버리고 오지 못한 걱정, 고민

돌아온 내세상에서 마주한 현실

그보다 더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이 상황

물어야했다.


만화 캐릭터 처럼 두눈이 반짝반짝이는  타로리더는

언젠가 마주앉았던 점쟁이 혹은 무당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마음을 읽어주는 몇마디에 눈물이 터지고

나쁘지않은 풀이에 마음이 놓이고

백만원짜리 부적이나, 천만원짜리 굿을 하라면

단칼에 거절하지 않고 잠시 생각을 해볼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나를 아는 누구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나를 모르는 누구에게 하는것이 해소의 키였지 싶다.

나를 어루만져 주심에 감동하여

아이의 사주를 넣어본다.

열아홉이 된 녀석 최초의 사주풀이.

입시는 둘째치고, 나의 관심사는

외동인 녀석이

남자 싫다, 결혼 안한다, 아이도 싫다 해서

나중에 나중에 엄마아빠 다 죽고

외로이 홀로 살까 걱정이였다.

다행히 아이 사주에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단다.

그렇게 믿고싶다~  믿을란다~~


마음이 평온해진 비용치고는 꽤 많이 지불하고

건물을 나섰다.

체감기온  영하7도라던 예보가 무색해진

따뜻한 봄날, 대학로

옛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보면 빛이 난다고 했는데

그 거리에서 보이는 수많은 빛들!

그저 존재만으로 참 예쁜 사람들 속에서

나도 함께 걸어본다.


늦어서 버거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연극을 하는 극장을 찾아갔다.

티켓을 받고 지하로 내려가니 내자리는





맨  앞줄,

가운데.


사람들이 들어오고 시작 전에 둘러보니

혼자온 사람은 없는 듯 싶다.  

평일 낮시간 혼자 연극보러온 여자라..

사연 있어 보였을까? ㅋ


네명의 배우가 나오는 연극은 유쾌했다.

여러번 옷을 갈아입고 1인다역을 해내며

아마 저 무대에 선게 가장 행복할

미래의 천만배우들이지 싶었다.

웃음끝에 반전은 눈물을 부르고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가족의 사랑이 결국 사람을 살게 한다는 훈훈한 마무리로 100분간의 이야기는 끝났다.


한숨  돌리며 까페에 앉아서 꺼놨던 폰을 확인하니

친구들단톡방에  

저것이 지난주엔 혼자 여행가더니

이번엔 연극보러 혼자 갔다며  난리

주1회 돌아가며 밥사준다며 백수됨을 위로해준다


그래~~

혼밥, 혼커피는 이제 일도 아니야

나는 혼자 연극도 본 사람이야~!!


걱정된 남편이 무려 6통이나 전화를 했고

- 이 숫자는 이남자를 안 23년동안 

    한번도 본 적 없는 숫자다.

엄마, 모르는 번호 셋, 지인.

이렇게 부재중 10통.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건  

아무 알림 없는 것보다는 좋은거겠지....?


퇴근하는 남편을 용산역에서 만나,

연애할 때처럼 나란히 전철에 앉아 집으로 간다.

그땐 얘기하느라 바빴지만 피곤한 아저씨는 급행이 출발함과 동시에 꿀잠중이다.

화이트데이,

오랜 맛집에서  생맥주에 후라이드반 양념반으로 사탕을 대신하고 닭다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줄 반마리를 포장하고 집으로 간다.




외로움에  사무치는 대신

가족이, 나의 사람들이 있어

힘든 시간도 견디게 해줄거라는 몽글몽글한 마음을 갖게 한 서울 나들이.

즐거웠다.


담주엔

어딜 가볼까..?


20230314

작가의 이전글 나를 찾아 나선 여행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