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글 May 18. 2023

한밤 중의 백허그

두근..두근...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있었다.

갑자기, 턱~

팔이 덮쳐온다.


'  가족끼리 왜이래~~   '


하며 밀쳐낼 수도 있었지만

잠시 그대로 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에 맞춰

나의 호흡도 같이 들이쉬고 내쉬어본다.

출퇴근 3시간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



9월이면 20번째 결혼기념일을 맞는다.

허니문 마지막 날이 1000일째였으니

연인으로 3년, 부부로 20년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육아를 핑계로 처가 윗층으로 이사와서 12년째.

곁에 있으니 아들노릇 해야할 때도 많았고,

친정엄마 믿고 음식솜씨도 없고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열손가락도 안되는 뻔뻔한 마누라  

타박하지 않고 살고 있는 착한 사람.

가끔,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고

나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보다며 한탄을 하지만

그건 나의 복 아니겠는가!  ^^


지난번 대학로에서 사주를 봤을 때

나의 사주에 남편이 없는데 지금 함께 살고 있다면

그건 순전히 그의 희생이라는 말이 박혀서

그 이후로는 그를 보면

짠~  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밖에 나가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질색을 하는 샤이가이

ESTJ  마누라가 버거울  INFP 남자.

다음 생에 태어나면 다시 나랑 살겠냐는 질문에

너에게 다른 기회를  주고 싶다고 대답하는

(100퍼센트 이해함)

내 짝지~



100세 인생 딱 반을 살고 있고,

지난해 금혼식을 맞이한 엄마 아부지에 비하면

겨우 20년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같이

고마워하고, 측은해하고, 이해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싶다.




그래도,

잠은 편하게 자야하기에

슬쩍 그의 팔을 치우고 저~  끝으로 밀어 버렸다^^




20230518

작가의 이전글 종친회 지원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