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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글 Jul 15. 2021

마중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실루엣.

뱃사람인 아버지는 키는 작지만 단단한 체형이시다. 두 손에는 묵직한 가방이 들려있고 나를 발견한 아버지는 가방을 내려놓고 두팔을 벌리신다.

단발머리 날리며 뛰어가 그 품에 안기면, 특유의 스킨 냄새가 아버지의 귀환을 알린다.




6개월만의 상봉.

아빠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 살겠냐는 엄마의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껌딱지처럼 붙어서 아빠 아빠를 백번쯤 부른다.

 

열 살의 나는 아버지 부재의 허전함을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와의 휴가로 대신했다.

외항선을 타셨기에 일년에 두어번 한국에 들어오셨고 칠레로, 미국으로 긴 항해를 다니셨다. 낯선 냄새가 나는 과자들과 초콜렛, 신기한 물건들, 예쁜 학용품, 친구들은 구경도 못해본 것들을 나는 가질 수 있었다.

 유명 배우가 잠옷 대신 뿌렸다는 그 향수도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에게 선물 받았다. 


아버지의 항해는 내가 스물 네살이 되었을 때 끝났다.

갑작스런 가슴 통증으로 미국의 어느 항구에 급히 내려서 병원으로 이송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외 방문이 쉽지 않았던 그때, 그저 가슴 졸이고 발만 동동 구르며 회사와의 연락으로만 소식을 전해 들었다.

미국 병원의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꾹꾹 눌러 겨우 병실 숫자를 말하고 연결이 되었다.

 

   "여보세요."

 

아버지의 목소리에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고 아버지는 우는 나를 달래느라 한참을 내 이름을 부르셨다.

고비를 넘기고 한 달을 미국 병원에서 보내고 김포공항으로 들어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도착 훨씬 전부터 공항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인천항에서 만났던 반가운 아버지 대신 이제 아파서 귀향하는 아버지를 마중 나온 나는 도착부터 내내 울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아버지가 보인다.

훌쭉한 가방을 든 초로(初老)의 아버지.

뽀빠이 알통을 가졌던 단단한 아버지의 팔은 근육이 다 빠져서 들고 있는 가방처럼 홀쭉했다.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가방을 열고 부스럭 하시더니 내게 내미신 그것.

출국하면서 미국 공항에서 급히 샀다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렛을 주시는거다.

잊지 않고 챙겨오신 딸을 위한 선물.

 

그렇게 정년을 한해 앞두고 아버지는 뱃사람으로의 인생 1막을 마치셨다.

협심증 치료를 하고 아버지는 새로운 일을 찾으러 다니셨다.

일용직 공사장에도 가보시고 인근해안을 도는 고기배도 타보시고, 그렇게 몇 달을 보내시더니 경비일을 시작하셨다. 하루 근무 하루 휴무의 밤낮이 없는 환경.

배에선 많은 선원들을 지휘하셨는데 이제 아버지의 자리는 회사 입구 작은 경비실이였다.

 

 

그렇게 십수년..

올해 팔순이 되신 아버지는 곧 은퇴를 앞두고 계신다.

몇 해전부터 이제 그만 쉬시라고 말씀드렸지만, 일할 수 있는것이 얼마나 좋으냐 하시며 밤잠 못 자는 일을 계속 하셨다. 

아버지가 마지막 근무를 하시는 날,

우리 가족은 모두 아버지의 퇴근길에 마중을 나갈 계획이다. 멋진 현수막도 맞추고 꽃다발도 들고!

 열심히 사셨던 인생 2막에 감사와 존경을 보내며 백세시대 남은 인생3막은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들이 되시기를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지원해드릴까 한다.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아버지.



20210705  새얼백일장 응모 원고

수상은 못했으나...





사족.

아부지 덕에 수상했던 고등학교 백일장 시.

오랜 시간이 지나 누래진 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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