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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글 Oct 09. 2021

매일의 밥상

사람들은 허기짐도 참고 사진을  찍는다.

항공샷, 근접샷, 단독으로 또 같이~


맛집을 방문하고 인증하듯 찍어보는 음식사진들.

흐트러트리기 아까운 고운 자태의 기록.


그런데 나는

일상의 밥상을 찍는다.

올해

팔순이  되신 아버지와  칠순이 되신 엄마와 함께 하는 매일의 밥상.



칠순이라는 서류상의 나이보다 훨씬 정정한 우리 엄마에게 송구하게도, 감사하게도 매일 밥을 얻어먹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느라

첫 일년은 아침저녁으로 엄마집을 드나들다가

이른 출근으로 아이는 주중에는 할머니집에서 살고

주말엔 집에 '다니러' 오며  몇년을 보냈다.

아이가 7살이 되던 해에 마침 윗집이 매물로 나왔다고 하길래 보지도 않고 계약을 했다.

이렇게 우리의 입구만 다른 한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일하는 딸 안쓰러워 기꺼이 저녁밥상을 차리고, 손녀를 챙긴 우리 엄마.


함께 산 10년,

올해, 아이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학교 근처로 이사를 고민했으나  부모님이  걸렸다.


오랜동안 사셨던 동네라 옮기기를 원치 않으셨고,

두분을 두고 이사를 하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괜찮다 이사가라 하셨지만 엄마 얼굴에 스치는 서운함이 느껴졌다.


이런 상황을 남편이 친한 동료에게 얘기했더니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당신들은 "씨레기"라 했단다.

그 소리가 계속 떠다니며

고민은 깊어졌다.

엄마가 필요해 위집으로 이사와 얹혀 살면서

밥이며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와서 나의 손길이 필요한 두분을 두고 이사라...


고민에 아이가 답을 주었다.

" 내가 좀 힘들면 되지, 뭐~

할머니 안가면 나도 이사 안갈래"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와서

엄마에게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집밥을 매일 마주 앉아 먹으며 지금의 행복을 만끽한다.


무우 깔고 매콤하게 지진 삼치조림,

가지무침,  청양고추 가득한 강된장에 호박잎,

손수제비, 정구지(부추의 경상도사투리)찌짐,

손녀를 위해 일부러 눌린 누룽지케이크.

지나가는 말로,

엄마 없으면 나는 굶어죽을거다 했는데

정말 그럴것같다.

음식에, 사랑에, 그리움에..


엄마~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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