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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글 Nov 07. 2021

18번째 가족사진

그런데, 언제까지 찍을 거니?  남편 왈.



18번째 가족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이제 책꽂이 위에는 더 이상 액자를 둘 공간이 없습니다.

새로 선반을 주문해야 할 것 같네요^^



(초상권 주장하는 딸의 의견 존중, 흐림 필터 처리)



결혼과 가족에 대한 핑크빛 꿈이 있던 20대 때에

 TV 토크쇼에서 개그맨 이홍렬 씨가

해마다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얘기를 듣고


아! 이거다!  나도 꼭 해야지!


다짐했더랬습니다.



결혼 1주년엔 아마도 둘일 테고

그다음 때쯤엔 셋

 해쯤 지나면 넷~

이렇게 4인 가족 이상적인 사진이 되겠다 상상하며

2003년 결혼을 했습니다.



표정이 늘 똑같은 남편은

해마다 찍겠다는 가족사진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댁엔 우리 결혼식 사진이 첫 가족사진이었으니까요.



결혼 1주년엔 예상대로 둘이었고

2주년엔 백일이 된 딸아이가 가운데 앉았습니다.

더 이상 가족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해마다 자라고 예뻐지는 딸아이와

시간만큼 나이 들고 편안해진 표정의 우리가 있었습니다.



거부반응이 심했던 남편도

이제는 이번엔 어디서 찍느냐, 컨셉은 뭐냐 물어봅니다.

지하상가 사진관에서 찍을 때도 있고

멋진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찍을 때도 있고

흑백으로, 컬러로

옷을 맞춰 입거나 맘대로 입고 찍을 때도 있습니다.

몇 해 전에는 시댁 가족들과 찍어보고

재작년에는 친정 가족들과도 찍었습니다.

덕분에 폰의 "기념일 사진" 폴더에는

행복이 20장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올해는

사진관에 있는 드레스를 입고 공주풍으로 찍어봤습니다.

레이스 가득, 참 예쁜 드레스를 입은 딸아이를 보니

 년쯤 후에 아빠 손을 잡고 걸어 들어올 신부의 모습이 그려져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저 녀석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좋은 인연을 "아들"로 맞는 날,

눈물보다는 기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보나 마나 식 시작 전부터 눈물바람이겠지만요.



가족사진을 찍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가을은 깊어졌고

까만 밤하늘은 별이 보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하면

지금 잘 살고 있는 거겠지요?




20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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