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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글 Dec 04. 2021

17살의 소확행

붉은 노을


9시에 집에 온 아이는 늦은 저녁을 먹는다.

졸려서 얼른 자고 싶다는 녀석에게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며 상을 차려주고 젓가락을 들고 나도 옆에 앉았다.

숟가락에 밥을 뜨면 반찬을 올려준다.

사실, 이건 아래층 외할머니 전매특허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하니 엄마도 해준다.



얼마 전 학교 옆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었다더니,

오늘도 어묵꼬치 하나와 떡볶이를 먹었다고 한다.

하교 후 학원에 가는 길 친구들과 시장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한다는데



"엄마,

  떡볶이 먹으면서 하늘을 보면 해가 져서 노을이 지거든~

  그거 보는 게 요즘 내 소확행이야."




17살인 너의 소확행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떡볶이 먹으며 노을을 보는 거라니!

겨우 그거라니..



아이의 말에 어이없어 웃었다가 마음이 짠해져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요즘 수행평가에, 시험 준비에 할게 너무 많다며

매일 새벽에야 누웠다.

어떤 엄마는 공부하는 아이 옆에서 책을 보며 응원해준다는데 나는 졸음이 엄마로서의 사명감을 이기지는 못했다.

다크서클이 짙어지는 눈매가 안쓰러웠지만

대신해 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도 아이는 이 피곤하고 힘든 시간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 그래?

  담주엔 엄마도 가서 한번 봐야겠네~~"



힘든 아이를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마음을 나누는 건 할 수 있으니,  너의 소확행에  엄마도 함께 해줄게.




우리,

화요일에 같이 떡볶이  먹자~

내가 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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