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그 상무랑 같이 갔던 출장 얘기인데 출장 준비부터 상무와 전무의 특이점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전무가 지시했었던 시장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을 때 갑자기 전무와 상무가 중요한 컨퍼런스가 있다며 그 컨퍼런스에 참석을 하겠다고 일정을 짜라는 지시를 하더군요.
알고 봤더니 가겠다는 그 콘퍼런스는 유명한 기업이나 협회가 주최하는 콘퍼런스가 아닌 조그만 개발회사가 주최하는 약간 그저 그런 느낌의 컨퍼런스이라 굳이 가야 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반드시 가셔야 한다니까 준비를 해야 되는데 바로 일주일 뒤에 열리는 컨퍼런스라 다른 일 디 제쳐두고 전무와 상무의 출장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장 중에 상무와 전무가 묵을 호텔을 잡고 있었는데 컨퍼런스가 열리는 호텔이 이미 꽉 차서 방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제일 비싼 방에 추가로 웃돈을 더 주면 어떻게 대기는 걸어볼 수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인사팀에서 확인한 임원 숙박비 한도도 훨씬 넘어버려 대기를 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컨퍼런스가 열리는 호텔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5성급 호텔에 사정을 설명하고 겨우겨우 네고해서 숙박비 한도 내에서 호텔을 예약을 하고 출장 일정을 보고하러 갔습니다.
출장 일정 보고하다가 호텔은 이만저만한 사정 때문에 여기로 잡았다고 했더니 전무가 호텔을 그렇게 잡으면 어떻게 하냐고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난리를 치더군요.
여러 가지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저에게 한 말은 어떻게 컨퍼런스가 열리는 호텔로 숙소를 안 잡아서 본인이 컨퍼런스 참석할 때 걷게 만드냐는 의미였습니다. (그럴 거면 좀 미리미리 얘기하던가)
그러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데 그깟 숙박비 몇 푼 때문에 이러냐고 거품을 물면서 화를 내길래 죄송하다고 하고 나오려는데 상무가 뒤에서 '쟤가 원래 이런 거 잘 못 하니 전무님이 이해하셔라'라고 절 바보로 만드는 말을 하는데 와 진짜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전무 지시로 다시 한번 호텔을 알아봤는데 전무가 가고 싶어 하는 호텔은 이제 방도 없는 상황이었고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예약한 방도 예약이 많아서 그런지 취소도 불가하더군요.
결국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전무한테 다시 가서 진작 말씀 못 드리고 호텔을 잡아서 죄송하다고 다음부터 잘하겠다고 하고 마무리는 되었는데 전무도 내부 규정을 다시 확인했는지 전에 했던 말은 숙박비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호텔 구하라는 뜻이지 한도를 넘어서까지 호텔을 예약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발뺌을 하더군요.
출장 가는 날이 되어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탔는데 갑자기 전무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내용인즉, 전무가 발을 심하게 다쳐서 출장을 못 가니 상무와 알아서 잘 다녀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많이 다쳤구나 싶어 몸조리 잘하시라고 했는데 나중에 회사에 있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전무가 잘 걸어 다녀서 발을 다친 줄 몰랐다고 제가 얘기해줘서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여차저차 상무와 현지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할 때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임원들은 외국 출장 갈 때 웬만하면 비즈니스를 타기 때문에 이코노미보다 타고 있는 수행하는 사람이 임원 동선을 맞추려면 비행기 착륙하자마자 짐 챙겨서 게이트 열리면 뛰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모든 짐을 다 핸드캐리 해서 헐레벌떡 뛰어갔고 입국 심사하는 곳에 도착했더니 상무는 저보다 몇 명 앞에 줄 서 있었는데 저를 한참을 쏘아보더군요.
입국심사를 마치고 호텔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제가 늦게 와서 본인이 택시를 잡았다고 본인이 그것까지 해야 되냐고 성질을 내길래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출장 일정에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호텔에서 픽업한다고 이미 보고를 했고 심지어 출장 계획서까지 컬러로 프린트해서 출장 서류에 챙겨드렸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단은 죄송하다고 호텔에서 픽업 예약해놓았으니 공항 밖으로 나가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달래서 공항 밖으로 나왔더니 호텔 차가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기다리지도 않고 그 차를 타고 바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로 호텔로 가는데 갑자기 ‘너는 임원이랑 출장 많이 안 다녀봐서 이런 거 잘 모르는 거 같다고’ 라며 임원을 공항에서 이렇게 수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 30분 훈계를 하더군요.
피곤하기도 하고 할 말도 없어서 죄송하다고 하며 그 일은 넘어갔는데 웃긴 건 그 상무라는 사람이 정식으로 상무라는 직급을 받은 게 그 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본인이 처음 임원 되고 처음 온 출장에서 내가 한 수행이 마음에 안 들어서 짜증이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좀 작아 보였죠.
이윽고 컨퍼런스가 시작되고 주제에 대한 강의, 설명,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옆에 있던 상무가 미동도 안 하고 있길래 ‘정말 집중하나 보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주무시고 계시더라고요.
아침 세션이 시작하면 시작하고 30분쯤부터 점심식사 전까지 숙면을 취하시고 점심 드시고 한두 시간 있다 끝날 때까지 주무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좀 그랬던 게 최소 임원이면 휴식시간에 다른 사람들하고 네트워킹도 하고 사업정보도 듣고 해야 되는데 그냥 안 자서 커피 마시거나 주무시기만 하더라고요.
하도 답답해서 제가 사람들 만나고 다녔는데 출장 끝나고 보내 내가 받은 명함이 상무보다 훨씬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하루 일정이 끝나고 나면 전무랑 통화하면서 그 날 일과와 주요 성과를 보고했는데 하루는 저한테 "오늘 전무님한테 무슨 말해야 할지 알려줘. 전무님한테 근사하게 보일 수 있는 걸로!"
라고 하는 걸 듣고 나서 이 사람이 정말 임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일일이 챙겨줘야 했던 끼니는 따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 출장이 끝나고 느꼈던 것은 이 상무는 정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주변에서 다 떠받들어 모셔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고 느꼈고 나중에 같이 출장을 가봤던 사람들한테 출장에서 겪었던 얘기를 해줬더니 그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출장 같이 가면 상무 챙겨주다가 일은 하나도 못 하고 하루가 다 지나간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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