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이면

5월 단양 여행 01|스카이다이빙 대신 패러글라이딩

by abcd



꿩 대신 닭


스카이다이빙. 그것이 내 버킷리스트에 있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스무 살 때쯤 작성했던 리스트였나. 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작성한다면 과연 그게 내 리스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영화관에 공포영화도 내 발로 찾아보러 가고, 놀이공원 바이킹이 껌 같이 느껴졌던 때가 나에게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해가 갈수록 무서운 것만 늘어나는 것 같은 요즘이다.


여행의 계기는 그것이었다. 얼마 전, 어떤 블로그에서 한 글을 보았다. 정확히는 그 동영상을 보았다. 윌 스미스가 한 토크쇼에 나와 본인의 스카이다이빙 경험을 들려주는 영상이었다. 특유의 위트 있는 말투로, 생생한 영상과 함께 떨리고 흥분되는 그 도전의 순간을 소개한다. 그러고는 이야기하는 것이다.


God placed the best things in life on the other side of fear



신께서는 두려움 너머에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놓아두셨다. 두려움의 이면에 가보아야만 비로소 경험을 할 수 있단다. 너무 멋진 나머지, 저 문구는 그 후 며칠간 내 아이폰 배경화면에까지 걸려있었다.


그런데 아쉽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해봤다는 사람은 들어보지 못했다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긴 한가보다). 외국여행을 간 김에 도전하기를 꿈꿨던 것인데. 코로나 때문에 이제는 아득해진 꿈.


꿩 대신 닭이라고 했나. 한참 '쪼렙'격인 패러글라이딩이 떠오른다. 물론 패러글라이딩도 해본 적 없었다. 그래, 회사-집이나 오가는 무료한 일상의 나에게 무언가 자극점을 주고 싶어 진다. 그때 그 스무 살의 패기를 조금은 되찾아 볼 수 있으려나.


마침 5월이면 패러글라이딩 하기에도 딱 좋은 날씨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나의 5월 여행 주제가 정해졌다.

패러글라이딩 하러 1박 2일!





패러글라이딩의 성지, 단양으로


해본 적은 없어도 역시 패러글라이딩 = 단양 아니겠는가. 내가 사는 서울 말고는 국내에서 가본 도시를 굉장히 손꼽는 내가 단양이 어떤 도시인지 알리가 없다. 하지만 이건 그냥 공식처럼 안다. [단양 패러글라이딩] 하고 무작정 검색을 시작했다.


5월 캘린더를 열어 두고, 선약 없는 주말을 스캔한다. 블로그 글 몇 개를 휙휙 스캔해서 괜찮아 보이는 숙소 한 곳과, 제휴된 패러글라이딩 업체를 함께 예약해버린다. KTX까지 해버린다. 이러면 귀차니즘 만렙이어도, 변덕이 죽을 끓어도 안 갈 수 없어진다. 나머지 계획은 가는 열차 안에서나 한번 보지 뭐, 하고 여행날의 나에게 토스. 프로계획러인 나에게 이것도 내 월간 여행 나름의 묘미이다. 3주 뒤 여행을 일찌감치 확정 지어 놓고, 그 달 내내 설레는 기다림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물론, 이번 여행도 나 혼자다. 그 말인즉슨 패러글라이딩을 혼자 하러 간다는 말이 된다. 혼자 놀기는 내가 나름 고수로써 여러 가지 해봤지만, 이런 액티비티를 혼자 가는 건 또 처음이다. 괜히 좀 의식됐다. 이번에 경험할 나의 두려움의 이면은 패러글라이딩이라기보다 '혼자' 도전하는 두려움의 이면이려나. 알지도 못하는 블로그 글 속의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다시 얻는다. 저 여자분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건 또 뭐란 말인가.




기억보다, 상상보다, 경험을


두려움. 이번 여행에 골라잡았던 책이, 우연히 또 키워드를 함께 했다. 내가 좋아하는 손미나 작가가 책에서 말한다. 두려움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미래를 상상해 느끼는 감정이라고. 그러네, 인식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일 앞에 설 때면 내가 매번 거치던 생각의 프로세스이다. 생각은 좀 그만하고 경험을 해야 되는데. 항상 무엇이 그렇게 두렵다 느끼는 걸까. 두려움 앞에서 최약체 그 자체이다. 패러글라이딩 도전이 차라리 제일 쉽겠다 싶어 진다. 그래 그럼, 이거라도 해보지 뭐.




잘 생각해보면 두려움은 모두 상상에서 비롯됩니다. 실제로는 벌어지고 있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거죠. 과거는 '기억', 현재는 '경험', 미래는 '상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두려움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미래를 상상해 느끼는 감정인거죠. 이미 벌어진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사이에서 느끼는, 실제가 아닌 감정이 그 정체입니다.

-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by 손미나



아무튼, 그 5월의 여행기 스타트!

단양으로 떠나본다.


.

.

.


21.05.29-21.05.30

5월의 먼슬리여행노트

단양 1박2일






keyword
팔로워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