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빙 고프먼: ‘역할 수행’ 이론
“잘 지내?”
그 말이,
어느 날부터인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응, 그냥 뭐…” 하고 얼버무리며 웃었지만
속으론 백 가지 말을 꾹 삼켰다.
사실은, 잘 못 지냈다.
별일 없었지만 마음은 고장 났고,
웃고는 있지만 아무에게도 내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잘 지내?”라고 묻는 사람 앞에서
나는 마치 잘 지내야만 할 의무를 떠안은 것처럼
억지로 괜찮은 사람인 척 연기했다.
사회심리학자 어빙 고프먼은 말했다.
“우리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들이다.”
즉, 우리는 타인의 기대 앞에서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나’를 연기하며 살아간다.
“잘 지내?”라는 질문은
의외로 감정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 인사이고,
그 인사에 대해 사람들은 “응, 잘 지내”라는
형식적 대답을 기대한다.
그 역할을 거부하면
사람들은 당황하고, 불편해하고, 거리를 둔다.
그래서 우리는 아프다는 말보다
'괜찮은 척'을 더 자주 한다.
상처를 드러내기보다
피식 웃는 역할을 택한다.
다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마음속 진짜 상태를 ‘숨기고’, ‘연기하고’, ‘생략’한다.
“잘 지내?”라는 말에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었다.
“그 말, 진짜 나한테 묻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어색하지 않기 위한 의례인가요?”
사람 사이의 거리는
그 질문에 진심이 실려 있느냐 없느냐로 갈린다.
진심으로 묻는 사람은
내가 “사실은, 별로야…”라고 말했을 때
도망가지 않는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냥 옆에 남아 있어 준다.
요즘은 그런 사람이
점점 더 귀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쉽게 묻지 않는다.
“잘 지내?”라는 말을 꺼낼 때
내가 그 사람의 대답을 받아낼 준비가 되었는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저 인사처럼 던진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깊은 고통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
“잘 지내?”라는 말은
진심으로 물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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