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Poetry, 2010, 이창동 감독)

- 말하지 못한 것들을, 시가 대신 말했다

by 이한

조용한 강가. 바람도 숨을 죽인 듯 고요하고,
미자는 천천히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다.

손에는 오래된 메모지 한 장. 그 위에는 평생 한 번도 써본 적 없던,
마지막 시가 적혀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그녀는 남겨진 것들을 생각한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쳐간 꽃, 한 번도 말하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아무도 듣지 않았던, 작은 죄의 고백.


그녀는 알았다.
말로는 도무지 다 닿을 수 없었던 것들이 시로는 닿을 수 있다는 것.


삽입곡은 강주은의 「Poetry – Ending Theme」.
느리게 반복되는 피아노 위에,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희미한 현악기가 흐른다.
마치 사라져 가는 한 생의 마지막 숨결처럼.


그녀는 마지막으로 노트에 펜을 댄다.
말하지 못한 모든 것들을
조용히 시로 남긴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지막 시 한 줄은,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 마지막 시 >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그 모든 것들이

강물 위에

조용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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