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 지우고 싶은 순간에도, 남는 것들

by 이한

조엘은 그녀를 잊으려 했다.
클레멘타인과의 모든 기억을,
싸웠던 순간까지도 말끔히 지워내고 싶었다.
머릿속에서 지워진다고 믿으면,
가슴에서도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억은
지우려는 순간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조엘은 뇌 속에서 도망치듯
기억의 골목을 돌아다녔다.
하얀 눈 내리던 바닷가,
귓가에 맴돌던 그녀의 웃음.
그는 절박하게 외친다.


“이 기억은… 남겨둬.
제발, 이건 지우지 말아 줘.”


하지만 기억은 차례로 무너지고,
마지막 장면,
클레멘타인이 돌아서며 말한다.

“이건 마지막이야.”


조엘은 울먹이며 말한다.
“알아… 그래도 괜찮아.”


삽입곡은 Beck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
조용한 기타 선율 위로 반복되는 한마디.

“Change your heart, look around you.”


기억은 지워졌지만,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만난 두 사람.
마치 처음인 것처럼 서툴게 시작하지만,
서로를 알아본다.


그들은 결국 깨닫는다.
사랑은 기억해서 남는 게 아니라, 지워도 남는 감정으로 존재한다는 것.





< 남는 것 >

다 지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름도 없는 마음 하나가
가슴 한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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