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숨
황량한 설원. 눈보라 속을 기어가는 한 남자.
사냥꾼이었고, 아버지였고, 이제는 복수와 생존만 남은 존재.
휴 글래스.
그는 곰에게 찢기고, 사람에게 버려지고, 아들의 죽음을 눈으로 삼켜야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고통보다 더 참기 어려웠던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잊히는 일이었다.
숨을 몰아쉰다. 폐 속으로 들이마시는 공기조차 살을 에고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복수가 목적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기에.
눈 덮인 계곡에서 그는 죽은 아들을 본다. 꿈인가, 환상인가. 글래스는 아들을 향해 손을 뻗지만,
그 손은 아무것도 쥐지 못한 채 허공을 가를 뿐이다.
삽입곡은 류이치 사카모토 & 알바 노토의 <The Revenant Main Theme>
고요한 듯 절절한 현악의 울림은 자연의 잔혹함과 인간의 숨결을 동시에 담아낸다.
이 곡이 흐를 때, 우리는 비로소 ‘생존’이라는 말의 무게를 듣는다.
"넌 나를 두고 갔지만, 나는 아직 여기에 있어."
살아남은 것이 복수가 아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이미 가장 묵직한 대답이었다.
<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숨>
그는 죽지 않았다
사라지지도 않았다
살아서 흐른 핏줄 위로
사랑이 흘렀고
그 사랑은
얼어붙은 땅 위에
숨처럼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