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더(The Father)

- 우리가 기억되는 방식

by 이한

영국 런던의 한 아파트.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공간 안에서 앤서니는 매일 누군가를 잃는다.
딸, 간병인, 낯선 남자…그리고 가장 끔찍하게는 자기 자신을 잃고 있었다.


누구나 늙는다. 하지만 ‘잊힌다’는 것은, 그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앤서니에게 현실은 찢긴 필름처럼 순서 없이 재생되며 의심과 두려움을 던진다.


"내가 누구였는지 모르겠어."

그의 말은 기억을 잃은 한 인간의 절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무너지는
잔혹한 선언이었다.


앤은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앤서니의 세계는 이미 몇 개의 조각으로 흩어졌고,
그 조각들은 다시는 하나가 되지 않는다.


삽입곡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Experience」.
기억의 파편 사이로 흐르는 이 곡은 그의 혼란을, 슬픔을, 그리고 존재의 마지막 품격을
끝없이 반복되는 음으로 감싼다.


감정은 흐르지만, 언어는 따라오지 못한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앤서니는 눈물 속에서 중얼거린다.


"엄마… 엄마…"


그 순간, 노인은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고, 존엄한 인간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의 아들이고,
한 생의 끝자락에서 가장 순수한 ‘존재의 울음’을 내뱉는 작은 아이였다.






< 우리가 기억되는 방식 >

기억은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것이다.

나는 점점 나를 잃었고,
너는 끝까지 날 불러주었다.

세상이 사라지기 전에

너의 눈빛 하나로
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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