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Parasite

- 가장 조용한 비극은, 가장 아래층에 있다

by 이한

비는 모든 곳에 공평하게 내렸지만, 그날, 비는 평등하지 않았다.

박 사장의 집에서 폭력과 진실이 뒤섞인 생일파티의 혼돈이 끝난 밤,
기택은 물에 잠긴 반지하집으로 돌아왔다.

그곳엔 이미 그의 삶이 아니라, 패배가 잠겨 있었다.


반지하.
햇빛은 늘 반쯤만 들고,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 위에 사람이 있고, 그 아래 또 누군가가 눕는다.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단을 오를 때마다, 침묵 속에 무언가가 무너진다.


그날 밤 흘러나오던 음악, 정재일의 「The Belt of Faith」.
믿음의 벨트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은 무너지는 가족과
버려지는 자존심을 조용히 감쌌다.


기우는 말한다.
"계획이 없으면, 실패도 없어."

하지만 사실은 안다.
그건 ‘꿈꾸는 걸 포기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걸.


집이 무너지고, 삶이 가라앉고, 결국 남는 건
남의 지하실에 숨어 살아야 하는 슬픈 기생의 자리뿐이었다.


우리는 누구의 삶에 묻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기생충》은 말한다.
사람이 기생하는 게 아니라, 욕망이 기생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욕망은, 언제나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썩어간다고.






< 반지하의 별 >

비는 공평했지만 우리는 다르게 젖었다

반쯤 잠긴 창으로 세상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이름 없이 누군가의 삶에 기생했다


사다리를 놓지 못한 집엔
계단만 쌓여갔고 밑바닥엔 침묵만 남았다


그리고 그 침묵 위에
또 하나의 가족이 아무 말 없이
살고 있었다

이전 23화그래비티 Gravity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