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위로받고 싶을 때

비트겐슈타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침묵

by 이한

그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힘내요.”
“괜찮아질 거예요.”
“그 사람도 당신 마음 알 거예요.”


그 모든 말이
다 틀린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닿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들을 들을수록
내 감정이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나는 그냥,
누군가 옆에 조용히 앉아 있어 주길 바랐다.
그게 다였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 말은 단지 언어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정은 말로 옮기는 순간
그 고유한 울림을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슬픔은,
그 깊이에 도달하지 못한 언어에 의해
때로는 조롱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진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엔
그 어떤 문장도
그 사람의 마음에 닿지 못한다.


그래서 위로란,
어쩌면 말의 기술이 아니라, 침묵의 자세인지도 모른다.

조용히 커피를 내려주고,
불을 밝히지 않은 방에 같이 앉아주고,
"말하고 싶으면 말해. 말 안 해도 괜찮아."
그런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일.


위로란,
‘말’이 아니라
‘있음’에서 시작된다.


나는 지금도 배워가는 중이다.
누군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을 때
조금 더 기다리는 법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을 때
그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 법을.


말이 많다고 가까운 게 아니고,
말이 없다고 멀어진 것도 아니다.
마음은,
말의 양이 아니라
‘있음의 온도’로 느껴진다.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은
침묵으로 곁을 지켜주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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