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다, 고로 당했다》

–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가지만, 먼저 당한다

by 이한

나는 바보다.

그래서 줄을 서면 뒤에 선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먼저 태워드리고,

택배가 오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바보다.

그래서 뉴스에서 “서민을 위한 정책”이란 말을 믿었고,

“중산층 복원”이란 구호에 눈물 찔끔 났다.

그리고 한 달 뒤,

그 ‘서민’이 나만 아닌 걸 알았다.



나는 바보다.

그래서 선거도 열심히 했다.

공약 꼼꼼히 비교하고, 토론도 챙겨보고,

‘소신 투표’ 했다고 자랑도 했다.

그런데 당선된 그는

내 얼굴을 모르고,

내 월급날엔 세금만 챙겨갔다.



나는 바보다.

그래서 교회에 갔고,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하며 헌금을 드렸다.

예수님의 음성을 기다렸지만,

대신 울린 건 자동이체 완료 알림이었다.



나는 바보다.

그래서 이해하려 했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나라가 어려우니까 우리도 조금은…”


그렇게 참다 보니,

내 통장만 계속 초과근무 중이었다.



나는 바보다.

그래서 오늘도 말한다.

“괜찮습니다.”


그게 나의 겸손이고,

사실은 나의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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