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나는 그냥,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

아론 벡: '인지왜곡' 이론

by 이한

그날 나는 말을 걸어주는 사람보다
그냥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친구가 “무슨 일 있어 보여. 괜찮아?”라고 물었을 때
나는 그 질문이 고맙기보단
어딘가 숨고 싶었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좀 피곤해.”
언제나처럼 그렇게 둘러댔다.


그날 내 마음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이유를 묻지 말아 달라고,
위로하려 하지 말아 달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스스로를 밀어냈다.


심리학자 아론 벡은 우울의 핵심을 ‘인지왜곡’이라 설명했다.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는 생각의 틀이 삐뚤어질 때
우리는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고,
아무 위로에도 닿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날의 나는,
“힘내”라는 말이 부담스러웠고
“넌 괜찮을 거야”라는 말에
더 깊이 무너졌다.

모든 말이 나를 위로하기보다
내가 더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어떤 말보다 ‘존재’ 그 자체였다.
누군가 옆에 있어주는 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침묵.


우리는 위로를 너무 말로만 하려 한다.
하지만 말이 닿지 못하는 감정이 있다.
슬픔도, 고독도, 자기혐오도
언어 바깥에서 시작되는 감정이니까.


그날의 나는 그랬다.
말로 묻지 말고, 말로 설명하지 말고
그저 함께 있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도 이제,
누군가 아프다고 말할 수 없을 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

말로 하는 위로보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더 큰 위로가 되는 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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