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가트맨: 정서적 '돌담 쌓기' 이론
그 사람은 내게 화를 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오히려 더 무서웠다.
말을 걸면 대답은 한다. 웃기도 한다. 다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대답은 두 박자 늦었고,
그 웃음은 어딘가 마감일을 넘긴 계약서처럼 형식적이었다.
나는 점점 말을 아꼈고, 그의 표정을 살폈고,
그러다 어느 순간, 내 말투가 그 사람을 닮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조용하고, 공손하고, 마음은 어디에도 없는 말투.
나는 기다렸다.
화를 내주기를. 뭐가 그렇게 속상했는지,
무엇이 실망이었는지, 한 번만 말해주기를.
"너, 왜 그렇게 행동했어?"
"나는 그게 좀 불편했어."
"화났어, 너한테."
그 말 한마디면, 나는 백 번도 사과할 수 있었다.
말로 하면 끝날 수 있는 오해와
말로 해야만 풀리는 감정들이
조용한 다정함 속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관계가 무너지는 결정적 순간을 ‘돌담 쌓기’라고 불렀다.
작은 불만과 오해, 서운함을 말로 풀지 않고
속으로만 삼키다 보면
서로 보지 못할 만큼의 ‘감정의 담벼락’을 쌓게 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화를 내는 것'을
늘 관계의 끝이라고 생각할까.
어쩌면 진짜 위험한 건,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침묵은 때로 감정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로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상대의 감정에 책임을 지기보다는
그 감정 자체를 없애려 든다.
"아니야, 나 진짜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아냐, 너한테 실망한 거 아니야."
아니, 나는 안다.
그는 나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그 실망을 나에게서 숨겼다.
그리고 그 숨김이 결국, 우리 관계를 지워버렸다.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다정함 뒤에 숨은 실망은 눈치 빠른 사람만 알아채고,
눈치 빠른 사람은
그 실망을 스스로의 죄책감으로 해석한다.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나, 지금 좀 서운했어."
"그 말, 조금 상처였어."
"나는 화났어."
화를 내는 용기보다,
화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고 싶다.
그게 우리 사이를 지켜줄지도 모르니까.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
화를 낸다는 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고
화를 참는다는 건, 감정을 숨기는 일입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감정을 선택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