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샤인

– 가세요, 그 말로 끝난 모든 사랑들

by 이한

미스터 선샤인 장면 중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요한 기찻길 위,
회색빛 공간 속에 두 사람이 마주 서 있었다.
그녀는 검은 갓을 쓴 채 고개를 들고 있었고,
그는 군복을 입은 채 조금 멀리 서 있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그들의 사이엔 끝내 닿지 않을 거리만이 조용히 쌓이고 있었다.


고애신은 입술을 떼며 말했다.


“가세요.”

한 마디.

그 어떤 대사보다 조용하고, 그 어떤 총소리보다 깊은 말.
붙잡지 않았고, 울지 않았고, 돌아서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는 등을 보였고, 그는 그 등을 오래 바라봤다.


유진 초이는 미동도 없이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의 눈은 젖어 있었지만,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돌아서며 천천히 걸었다.
구두 밑창이 흰 눈 위를 눌렀고,
그 눌림은 마치 감정을 눌러 담는 무게 같았다.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그들의 이별은 전쟁 같았다.
사랑은 그렇게 끝났고,
품위만이 마지막으로 남겨졌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유진 초이의 죽음으로 끝난다.
기차 안, 그녀를 태운 열차를 향해 몸을 던진 남자.

그러나 그보다 앞선 이 장면—
애신이 등을 보이고, 유진이 조용히 걸어 나가던 이 순간은
두 사람의 사랑이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끝난 장면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사랑의 마지막 장면으로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돌아보았다면, 그건 애틋함이지 품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사랑을 보낸 사람이었고,
끝까지 사랑한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한다.
그들의 표정, 조명, 발자국, 바람 없는 공간까지.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이 끝났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고도

사랑이 끝났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순간을 지나온다.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을 수 없었던,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순간.

그때,
우리는 침묵 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가세요.”

그 말 한마디로
사랑의 모든 시간을 정리한 채로.






<침묵 뒤에 남긴 말>

그는 돌아서 걸었고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들 사이엔 말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말이 거기 있었다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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