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그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앙코르와트 사원.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오래된 돌의 틈 사이,
차우 모완은 천천히 벽에 다가간다.
그의 손끝은 조심스러웠고,
숨소리마저 풍경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앞에는 작은 구멍 하나.
아무도 없는 그 시간,
그는 몸을 굽혀 돌 속 구멍에 입을 댄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지만,
그는 말하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단 하나의 이름을.
그녀의 이름, 쑤 리전.
그들은 한때 이웃이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마음을 모른 척 견뎠던 나날들.
결국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채,
모든 것이 지나간 사람들.
쑤 리전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린 같아지지 말아요… 그 사람들처럼.”
그리고 차우 모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관계는,
그래서 더 슬프고, 더 아름다웠다.
사랑했지만 넘지 않기로 약속한 선.
그 선 위에서 평생을 돌아보게 되는 감정.
세월이 흐르고,
모완은 더 이상 그녀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 대신, 이 먼 땅의 사원에 와서
그녀에게 하지 못한 말을
돌 속으로 속삭인다.
말하지 못한 고백,
붙잡지 못한 손,
끝내 지키고만 있었던 감정.
그는 말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도,
보고 싶다고도,
기다렸다고도.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가 지금,
그 구멍 안에 묻는 말들이
어떤 종류의 사랑이었는지를.
말하지 않았기에
그 마음은 더 오래 남는다.
돌 틈에 묻은 비밀처럼.
누군가 평생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사랑.
그렇게 차우 모완은 돌아선다.
그리고 사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침묵을 되찾는다.
< 말하지 않은 말 >
그녀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그는 입을 가까이 대었다
“우린 같아지지 말아요”
그 말은 지켰지만
마음은 끝내 거기 남았다
이 장면에 흐르던 음악은 Shigeru Umebayashi의 「Yumeji's Theme」.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사랑이, 그 리듬 위에 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