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soul

- 살아 있다는 건, 음악이 아니었다

by 이한

조 가드너는 평생을 음악만 생각하며 살았다.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꿈,
“진짜 연주만 하게 되면,
그때부터 내 인생이 시작될 거야.”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올랐을 때
그는 말한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그에 대한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그냥… 내일 다시 오는 거예요.”


공연이 끝났는데,
삶은 시작되지 않았다.

삶은 음악이 아니었다.

조는 그제야 깨닫기 시작한다.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이 아니라,
그 음악을 향해 가던
피자 한 조각, 버스 창밖, 학생의 눈빛,
햇살 아래 놓인 종이컵—
그 모든 일상 속에 삶이 숨어 있었음을.


그의 곁에는 22가 있었다.
아직 지구에 태어나 본 적 없는,
태어나기를 주저하던 영혼.

삶이 무섭고,
사는 일이 막막했던 22는
조의 몸을 빌려 처음으로 세상을 겪게 된다.
그리고 삶은 거대한 목적이 아니라,
그저 피자가 맛있고 바람이 스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는 하늘에서 떨어진 작은 씨앗 하나를
정성스레 손에 담는다.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겐 삶을 살고 싶게 만든 이유였다.

지구로 향할 ‘불꽃’은 결국,
위대한 사명도, 뛰어난 재능도 아닌
작은 감각의 순간들이었다.


조는 다시 혼자가 되어 집에 돌아온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그토록 증명하려 했던 삶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걸 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
그는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 순간 흐르던 음악은
Trent Reznor와 Atticus Ross의 「Epiphany」.
말 없는 멜로디,
가사도 감정도 없지만,
삶은 꼭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음악이었다.


그는 조용히 말한다.
“이젠 어떻게든, 살아볼래요.”


삶은 그가 쫓던 무대가 아니라,
그 무대로 가는 골목 어귀에 있었다.





< 살아 있다는 건 >

불꽃은 사명이 아니었고

삶은 목적이 아니었다

피자 한 조각,
손바닥 위 씨앗 하나,

그게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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