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사랑은 그렇게, 다시 피었다

by 이한

정원엔 조용한 봄이 피어 있었다.
꽃은 바람 없이 피었고,
사람도 말없이 다가왔다.

햇살이 머금은 고요한 오후,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죽음과 오해와 긴 계절을 지나
마침내,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의 여왕》14화.

현우는 혜인을 찾아간다.
그 정원은 오래전, 그들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장소.

그리고 지금은
사랑이 끝났다고, 다신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서로에게 말했던 장소.

하지만 그날,
현우는 아무 말 없이 걸어 들어오고
혜인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눈빛은 흔들렸지만,
서로를 보는 시선은 아주 단단했다.

혜인은 묻지 않았다.
그가 왜 왔는지, 왜 아무 말 없이 서 있는지,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말했다.
“꽃이 피었네.”


한 마디였다.


모든 오해와 분노와 상처 위에 내려앉은
가장 따뜻한 선언.

그 말은,
“괜찮아, 나도 기다렸어.”라는 말이었고,
“우리 아직 늦지 않았어.”라는 신호였고,
“이제 그만 돌아와.”라는 초대장이었다.


현우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그동안 흘리지 못했던 감정들로 젖어 있었다.

그는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들은 조용히 걸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사랑은,
화려하게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다시 피는 것이다.
때가 되면 피는 꽃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 번 져도 또 피는 마음처럼.

말이 없어도,
서로의 눈빛이 기억하고 있다면
사랑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 꽃이 피었네 >

묻지 않았다

왜 왔는지, 왜 늦었는지

대신 말했다

“꽃이 피었네”

그 말이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Flower quote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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