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영화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것은 줄거리 때문이 아니고,
누가 죽었고 누가 사랑했고 하는 이야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는 조금 먼,
스크린 안 어딘가 스쳐 지나간 한 장면 때문이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사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돌아서는 뒷모습,
대답을 들은 듯 아닌 듯한 침묵,
그런 장면은 이상하게도,
내가 겪었던 어떤 감정과 너무도 닮아 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도,
나는 아직 그 장면을 걷고 있다.
이 시리즈는
그 장면을 ‘해석’하려는 글이 아니라,
그 장면 속에 나를 놓고 다시 들여다보는 기록이다.
내가 울었던 자리,
내가 멈췄던 시간,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그때—
그 장면이 내 삶과 이어졌던 순간들.
당신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면,
이 글들이 당신의 오래된 장면 하나를
조용히 불러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