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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글샘 Nov 19. 2023

나를 갉아 먹는 000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저-

“인간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해. 행복은 대가를 치러야만 성취할 수 있다고.“


여기에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가 있다.

행복과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가 만든  ‘멋진 신세계’ 가 있다.


이 세계는 고통이나 불쾌한 감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과 안락함을 방해하는 것은 철저하게 제한하고 금지함으로써 그 대가로 안정감과 행복을 누리도록 만들어진 멋진 신세계이다.


인공 부화기를 통해 똑같이 생긴 수십명의 아기들이 속진으로 만들어진다. 아기들은 부화기에서 처리 방식에 따라 계급이 나뉘어져서 태어난다. 각 배양실에서 아기들은 각 계급에 맞게 자신의 계급의 일을 좋아하도록 유도 받는다. 서로 다른 계급에 대해 불평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는 멋진 신세계이다.  


사람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성충동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살아간다. 그야 말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세계이지만, 혹시 불쾌한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소마가 언제라도 현실로부터 휴식을 마련해 준다. 소마는 분노를 진정시켜주고, 고통을  오래 견디고 인내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여러 해 동안 많은 노력들 들여 힘들게 쌓은 도덕적 훈련을 거쳐야만 이겨낼 수 있었던 일들을 반 그램짜리 정제 두 세 알만 삼키면 다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느 누구라도 덕망있는 사람이 되기가 쉽다. 사람들은 도덕성의 절반쯤은 병 하나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가 있다. 소마가 바로 그것이다.


“폭풍이 지나간 다음마다 이런 평온이 찾아온다면 바람은 죽음이 깨어날 때까지 불어도 좋으리라!”-오셀로


이 완벽하게 다듬어진 유토피아라는 부자연스러운 세계에 들어온 야만인은 말한다.

“당신에게 절실한 것은 모처럼 한 번씩이나마 흘리는 눈물입니다. 이곳에는 대가를 치러야 할 만큼 값진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야만인은 안락함 보다는 사회에서 금지된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한다.  늙고 추악해질 권리를 원하고,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를 원하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를 원한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한다.


우리가 꿈꾸는 고통없이 완벽하게 다듬어진 안정된 행복한 삶!이 눈 앞에 있다. 하지만, 야만인은 소마를 거부하고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괴로워한다. 그 누구도 야만인에게 강요한 적이 없는 높은 도덕성의 잣대로 살아간다. 야만인이 요구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좀 더 인생을 살지 못하게 한 것이 무엇일까?


높은 도덕성의 잣대는 필연적으로 죄책감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멋진 세계에서 야만인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은 ’나를 갉아 먹는 죄책감‘이다. 사랑하는 사람 에 대한 ’죄책감‘ , 자꾸만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정할 수 없는 욕망에 대한 ’죄책감‘, 결국 만성적인 자책감에 시달리다 야만인은 죽어간다. 죄책감, 만성적인 자책감으로 일어나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병인 우울증처럼.


참된 이상향은 무엇인가?

자유 의지와 도덕성이  없다면 어느 만큼이 인간다운 것인가?

도덕성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죄책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멋진 신세계는 또다른 세계로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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