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거리
2020년 4월 20일 초판
출판사: 아름다운 사람들
지은이: 유드 세메리아
옮긴이: 이선민
전체 페이지: 323쪽
가격: 15,000원
통제성이 강한 선배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아주 친절하고 잘 챙겨주시는 분이었다. 함께 한 1년이 좋아서 함께 같은 업무로 1년을 더 하게 되었다. 점점더 그 친절함 뒤에 통제성과 지배성이 느껴지면서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누구 탓도 아닌데 숨막혀오는 관계에서 점점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느꼈었다. 지금 가끔 만나는 관계에서는 참 좋으신 분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더 가까이 가기엔 좀 버거운 관계에 대한 의문은 항상 품고 있다. 이러한 의문으로 접근하게 된 책이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이다.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있던 나에게는 어느새 읽고 싶은 책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작가은 유드 세메리아이다. 임상 심리사 겸 심리치료사이다. 어빈 얄롬, 빅터 프랭클리의 퀘를 이어받아 실존주의 심리치료에 중점을 두는 그는 현재 프랑스 실존심리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특히 애착 의존을 주로 연구하며 심리치료와 상담을 진행한다. 파리 8대학에서 임상심리학 및 정신병리학, 심리치료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니스 소피아 앙티폴리스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파리 정치학교 시앙스포를 졸업했단. 프랑스 국립공예원 산하 연구소 내 장 귁베르노 박사가 이끄는 심리학 팀과 협업 중이며 다수의 심리서와 기사를 집필했다. 심리 관련 다큐멘터리와 티비프로그램을 다수 제작한 바 있으며 관련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 남편은 자기 앞가림을 못해요. 항상 어린애처럼 제가 이끌어주어야 해요."
"엄마는 제가 엄마한테서 멀어지려고만 하면 죄책감으로 옭아매요. 제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요."
"형은 단 한 번도 어른답게 군 적이 없어요. 제가 형을 책임져야 할 것 같아요."
이러한 행동들이 의존성 인격장애의 전형적인 예이다. '의존성 인격장애'는 정서적으로 의존 상태인 어른이 보이는 대부분의 특성들을 모아 놓은 정신질환이다. 분리를 견디지 못하는 배우자, 자신감이 극도로 부족하거나 독립을 거부하는 다 큰 자녀, 소유욕이 강한 엄마, 불안에 사로잡혀 정서적 고통에 시달리는 형제 등, 끊임없이 신경을 쓰며 보살펴야 하는 가족 한 명 없는 집은 보기 드물 정도가 되었다.
부모의 부모가 된 사람들, 기대는 사람과 기대게 해주는 사람들, 애정관계에서의 의존적 괴롭힘, 질투 어린 독점욕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치료한 다수의 상담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 또한 그러한 공통의 힘든 경험이 있었기에 이러한 문제들에 더욱 더 심층적으로 파고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든지 간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을 곁에 붙들어 두는 것이다.
의존적 어른의 가족이 겪는 감정의 6단계를 제시하며 여러 종류의 '의존'을 진단하며 설명한다. 의존적 어른의 주요 방어 기제들을 다룬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제시하는 사례에 대입해보는 경험을 느낄 수가 있다. 숨 쉴 만큼의 거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제시한다.
의존적 어른의 의도가 만들어내는 끝없는 피곤한 상황에서 '가장 시달리는 한 사람'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의존적 어른이 습관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 나머지 가족 구성원과 의존적 어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자기 몫으로 여기는 사람, 바로 주조력자! 이다. 이 주조력자는 항상 의존적 어른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즉 의존성이 높은 가족과 가까이 붙어 지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조력자 역시 의존적 어른만큼이나 의존적 관계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결국 지목된 조력자 또한 스스로 깨닫지 못하지만 분리 및 유기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정서적 의존성이 높은 어른인 것이다. 행동의 밑바닥에는 독점욕이나 집착과 유사한 동기가 깔려 있다. 이에 대한 실존주의 심리학자로서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관계로 불편해하거나 가족으로 인해 힘들어한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해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on 북 알고리즘: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저자 레프톨스토이의 단편선- 저자 레프톨스토이의 '안나까레리나' - 레프 톨스토이가 그토록 알고 싶어하던 '사람은 왜 사는가? '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선택- '빅터 프랭클'과 같은 실존주의 심리학의 계보를 잇는 저자가 말하는 관계 해결법의 책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