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견디는 중이다
경매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온라인 강의로 권리분석을 공부하던 중에,
이미 매매한 아파트의 잔금을 채 받기도 전에
인덕원선 발표 뉴스를 듣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서울 집값도 너무 올라 더 이상 욕심을 낼 수 없는 상태다.
내 주변 아파트들도
이미 GTX 노선과 인덕원선 발표로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해서 오른 값으로 다시 추매를 할 수는 없다.
그간 내 경험상 추매는 결코 옳지 않은 판단이다.
올라간 집값은 정점을 찍고
반드시 내려오는 것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 추세가 좀 꺾일 때까지는.
주위 사람들이 모이면 모두 부동산 얘기로 들떠있다.
'일주일 전 00에 팔렸는데 어제는 그새 또 올라
00에 팔렸대' 라며.
어떻게 해서든 견뎌야 한다.
나를 위해서, 나의 멘털을 위해서, 다음 텀을 위해서.
TV를 멀리했다.
당연히 뉴스도 보지 않는다.
아파트 관련 소식은 이유불문하고 귀를 닫아야 했다.
그럼에도 답답한 상황은 끝날 줄 모른다.
아파트 두 채를 모두 중개업소에 내놨을 때쯤
가지고 있던 상가도 내놨다.
혹시 팔리게 되면 서울에 살 집 값으로 보태려고.......
아파트와는 달리 상가는 전혀 입질이 없다.
있다 해도 은행에 대출 많고 자기 부담은 적은 물건만
문의한단다. 어차피 대출승계는 안되는데도.
바닥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떨어질 때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 했다.
재밌게 놀든, 의미 없게 시간을 버리든,
미치는 것을 제외하곤 뭐든 해야 했다.
일은 일이다.
일 외에 온 정신을 홀딱 쏟을만한 것이 필요했다.
'내 정신 건강상 가장 재미있고 유쾌한 일에 몰두하자.
주위 사람들이 모여도, TV를 켜도,
모두 아파트값 얘기다.
이 상황을 참고 견딜 수 있는 멘털이 내게는 더 이상 없다. 그러려면 최대한 재밌는 일을 하자.'
집값 이야기로 삼삼오오 모이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몹시 당황스러웠다.
축하해줘야 할지 아니면 부럽다고 해야 할지?
아님 내가 집이 없어 속상하다고 해야 할지?
속상하다고 넋두리할 수는 없다.
나의 얘기를 하기에는
그들이 너무 행복해하고 있었으니.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나를 좀 배려해 주세요.
적어도 내 앞에서 만큼은 얘기 좀 자제해 주면 안 돼요?'
'마음 아픈 사람을 이해해 줄 수는 없는 거야? 나 좀 봐줘 제발.' 이라고 말하는 건 나의 욕심이다.
그 시간은 그들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때다.
나의 아픔으로 그들의 축배를 방해할 수는 없다.
그래. 이 또한 내가 견디고 짊어지어야 할 십자가이다.
이때는 침묵이 답이다.
경매 공부를 하던 중이었는데
더 이상 집중이 되지 않았다.
집값 상승으로 경매가도 높아,
물건을 찾는 건 무의미했다
이럴 때 공부해 두는 것도 좋지만 이미 멘털이 나간 상태에서는
더 이상 견딜 힘이 없다.
단소를 배우자!
악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멋있는 곡으로,
단 하나만 완성하리라.
부동산 하락기가 올 때까지,
무조건 멋있는 곡 하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