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돈 공부 중
나는 30대부터 화초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꽃봉오리가 있는 예쁜 화분이나
화사하게 꽃망울을 피우고 있는
오색 찬란한 화분보다는
2~3천 원짜리 작은 식물을 더 좋아했다.
어린 식물에게는 키우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설렘 가득한 기대감으로 어린 식물을 데려와서
전문가들의 방식이 아닌,
나의 방식대로 그것들을 대한다.
시크하게 때로는 무심하게.
그렇게 하루 이틀, 한 주 두 주, 서너 달이 지나면
10센티 높이였던 식물은 어느덧 15센티로 자라
예쁜 화분에 분갈이를 해준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들유치원 보낸 후,
삼십 초반 이른 나이에
학원을 운영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하루 중 가장 유일한 여유시간을 이용하여
근처 농원에서
울긋불긋 파릇파릇한 나무와 화분들을 보며
나처럼 학원 사업을 했던 지인과
각자 사업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모닝커피를 마시곤 했었다.
그렇게 하나 둘 사 모았던 화분이
100개쯤은 되었던 듯싶었다.
넓은 앞 베란다에 가득 메워 있었으니 말이다.
내 인생에 역대급 커다란 쓰나미를 겪은 후
생명체를 더 이상 집에 들이지 않기로 했다.
나에겐 다른 생명체를 키울 경제적 여력도
심리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소 대나무라는 종이 있다.
이 모소 대나무는 주로 중국 동부와 남부에서 자라며 모죽이라고도 하는데
대나무 중에서도 가장 굵고 크게 자라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모소 대나무의 독특한 성장 과정과 배경이 있는데
이는 땅속에서 싹을 틔운 후
4년 동안은 단 3cm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5년째부터는 하루에 30cm씩,
6주 만에 15미터 이상을 자라난다.
이 폭발적인 성장은 땅 위에서가 아니라,
4년간 땅속에서 수백 미터의 뿌리를 내린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 덕분이라고 한다.
초록초록 생기 없는 집에서 살아온 지 15년쯤 되었을 때
아픔에 대한 상처도,
조급하고 우울한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는지
푸릇푸릇한 온기 없는 집안이 삭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3개의 화분을 샀다.
하나는 돈을 상징하는 금전수.
일반 금전수가 아니다. 보석 금전수다.
이왕이면 많은 재물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반짝반짝 광채가 많은 보석 금전수로 말이다.
두 번째는 호야.
꽃말은 영원한 사랑, 인연, 우정, 희생적인 사랑.
이런 이쁜 꽃말과는 달리 집에 들인 이유로는 간단하다.
'잘 자란다'는 것.
한 달에 두 번만 물을 주면
제 스스로 잘 자란다라는 농원 주인장의 말을 믿고 데려왔다.
세 번째는 순결과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과
향이 짙어 집안 가득 예쁜 향을 내주는 재스민이다.
모소 대나무처럼
땅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추운 겨울잠을 자고 나온 개구리처럼 나는 성장의 시기를 지금도 걷고 있다.
군에 있는 아들에게서 모처럼 전화가 왔다.
좀처럼 먼저 전화하는 일 없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뛸 듯 감출 수 없는 기쁜 마음과 동시에
혹여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지나 않나 하는 두려움.
이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중위로 근무 중인 아들은 그간 1년 동안
스스로 돈을 벌며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게임에 현질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보니
주변에 미국 주식이다 코인이다
재테크를 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며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일어났다고
서두를 시작 했다.
동료들은 나름 각자의 방식대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투자했다는 얘기는 많은데
돈을 벌었다는 동료는 없다고도 했다.
4개월 전부터 나는 아들에게 월세로 20만 원씩 보내고 있었다.
아기 때부터 모아 둔 2천만 원을 건물 살 때 사용했다.
그 돈에 대한 월세를 아들에게 보내고 있었다.
아들의 월급도 있지만 부수입도 직접 관리하며 노하우를 익히라는 뜻으로 보낸 것이다.
아들이 매달 받는 10프로의 월세와
주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이나 주식의 결과를 비교해 볼 때
안정적이며 고수익인 월세에 투자하는 것이 났다며
임대업에 대한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목돈이 모아지는 대로
건물에 있는 전세를 월세로 바꾸어
한 달에 100만 원씩 월세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싶은데
엄마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지난달부터 재스민이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 봉오리가 생길 때마다 무슨 전조증상처럼
어떤 좋은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나고는 했는데
요즘처럼 별일 없는 상황에
예측도 할 수 없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있던 참에
아들에게서 이런 전화가 온 것이다.
돈에 속성을 알게 된 것이다.
김승호 회장이 쓴 돈의 속성에서
돈은 인격체라고 말했다.
사람처럼 대접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하며,
특히 돈을 '일'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세시스템은 가장 안정적이며
변동성이 적은 일을 시키는 방법이다.
주변 동료들이 코인, 주식에 일희일비할 때,
아들은 이미 돈의 가장 보수적이고
영속적인 속성에 투자하는 법을 이해한 것이다.
돈의 속성에서 말하는 투자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사는 것'.
4년간 묵묵히 뿌리를 내리는
모소 대나무의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땅속에서 단단한 기반을 다지는 것과 같다.
돈이 뿌리처럼 안정적으로 뻗어나가도록 만든 것이다.
매달 들어오는 월세,
끊임없이 현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야말로
돈의 인격체가 가장 좋아하는
'자유롭고 안정적인 일'이다.
모소 대나무가 인고 끝에 폭발적으로 자라나듯,
이제 나의 삶에도, 그리고 아들의 삶에도
땅속 깊이 내린 뿌리를 기반으로
성장의 시기가 시작될 것이다.
재스민이 다시 꽃을 피워 향긋한 기쁨을 선사하듯,
4년이 지난 19년의 고난 끝에 찾아온 이 단맛(甘)은
앞으로의 모든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