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4차 산업혁명의 서막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한마디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내는 혁명적 산업시대’를 말한다.
초융합Superfusion-초연결Hyperconnectivity-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4차 산업혁명의 요체이다. 이로 인해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더 넓은 영역Scope에, 더 빠른 속도Velocity로 크게 영향Impact을 미친다. ‘융합’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드는 것, 또는 그런 일’이다. ‘초융합超融合’은 성질이 다른 두 개 이상의 다양한 사물 또는 정보를 하나로 엮어내는 것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1955~2011년·미국)는 전화기와 컴퓨터를 융합해 휴대용 전화기(Mobile)를 만들었다. 여기에 더 많은 융합과 연결이 이루어져 현재의 스마트폰이 탄생된 것이다.
‘초연결超連結’은 일상생활에 정보 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들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돼있는 상황을 일컫는다. 흔히 초연결사회(하이퍼 커넥티드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란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기술이 될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은 바로 이 초연결에 해당한다. 몸에 부착하거나 착용하여 사용하는 전자장치인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s는 초융합 및 초연결의 산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줄 것이다.
‘초지능超知能’은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체계화하고 보유하면서, 가장 뛰어난 인간의 뇌보다 정보를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공지능(AI)이 그 대표적이다. 초지능의 시대에서는 이해력·분석력·암기력·논리력·추리력·정확성·속도 등의 면에서 인간이 AI를 이길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은 2016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적 바둑고수 이세돌과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1-4로 패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이 AI를 기반으로 △무인운송수단(자율주행자동차·드론 등 무인항공기 등)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로봇 △나노기술 △3차원 인쇄(3D·4D프린트 등) △연결 및 표시기술 △양자 암호 등의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다.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은 △의·생명(Bio)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항공·우주 △종자개량 및 식량개발 등 우리가 미처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의·생명(Bio) 분야에서 보다 인간에게 친숙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그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의 DNA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불량 유전자만 잘라내는 리보핵산(RNA) 기반의 인공효소를 말한다. ‘크리스퍼’라는 RNA가 표적 유전자를 찾아가 DNA 염기서열을 잘라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동연구진은 이미 인간 배아(수정란)에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질병 없이 장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간 그 자체가 개조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영국의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Ian Pearson 박사는 “현재의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를 뛰어넘어 ‘호모 옵티머스Homo optimus’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옵티머스는 라틴어로 ‘최적’이라는 의미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인류(Homo sapiens)가 ‘최적화된 인류’로 진화한다는 이야기.
‘제4차 산업혁명’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므로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라고도 한다.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로봇·사물인터넷·자율주행자동차·3D프린팅·가상개인비서 등 획기적인 기술의 진화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이 주제로 다루어졌다. 그리고 이들 첨단 기술에 의해 710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 가운데 500만여 개의 일자리는 주로 행정직과 사무직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200만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또 2016년 이후 초등학교 입학생의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교육은 창조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데 집중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한다는 것.
사실 이같은 전망은 거의 일치하다시피 맞아 떨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 회장인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1938년~·제네바대 교수)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4월 출간(송경진 역·새로운현재 간)되었다.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논의된 ‘제4차 산업혁명’은 슈밥의 이 저서와 맞닿아 있다. 매일경제신문사가 펴낸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최재웅 외·2017년 6월) 등 다수의 관련 서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주제로 다루어지기 이전부터 많은 미래학자들에 의해 제기돼 왔다. 현재 진행중인 3차 산업혁명에 이은 새로운 산업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견은 누구라도 하고 있었던 것.
‘제1차 산업혁명’은 소규모 수공업의 규모에서 공업화(기계화) 사회로 전환되는 시기를 일컫는다. 그 발상지發祥地는 영국이다. 특히 직물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보가 있었다. 영국 크롬턴이 개발해 1769년 특허를 얻은 방적기는 1783년에 그 효력이 발생되었다. 이로 인해 면직·방직 공장이 설립되었다. 또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은 초기엔 광산에서 광물을 퍼내는 데 이용되었지만 1780년대 동력기로 전환돼 증기기관차의 모태가 되었다. 이와 함께 철강 산업에서는 석탄이 숯을 대신하여 철 제련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제철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처럼 기술의 진보로 인해 대량 생산과 대량수송이 가능해지면서 산업의 공장화 시스템 등을 이룩한 시기가 바로 제1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이 1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독일 등 유럽 여러 국가에 미치기까지는 한참 후였다.
그 영향이 미국에까지 퍼지면서 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 바로 2차 산업혁명이다. 특히 1822년 백열전구(전깃불)를 발명한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31년 현대식 발전소의 심장과 같은 전기모터를 발명한 영국의 마이클 페러데이Michael Faraday, 1834년 최초로 전동기를 개발한 러시아 기술자 야코비M.H. von Jacobi 등은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선구자들이다.
이 시대에는 화학·전기·석유 및 철강은 물론 식료품과 음료·의류 등의 제조기계와 더불어 가공·운송 수단의 혁신이 눈부시게 이루어졌다. 심지어 영화·라디오와 축음기가 개발되어 대중의 문화 예술 욕구에 부응했을 뿐만 아니라 고용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생산 확대는 오랫동안 지속된 대불황(1873~96년)과 이른바 신흥 열강들의 제국주의로 연결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제2차 산업혁명은 한 마디로 ‘전기와 석유의 사용에 따른 중화학공업 시대’라 할 수 있다.
반도체 출현은 ‘제3차 산업혁명’을 알리는 근원이 되었다. 바로 컴퓨터, 나아가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혁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3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이다.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지구촌을 하나로 묶었다.
인터넷은 미국 국방부의 한 부서였던 첨단연구프로젝트국(ARPA·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 연구하기 시작한 아르파넷(ARPAnet)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969년 아르파넷 사이에서 최초의 패킷Packet 교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패킷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기 쉽도록 자른 데이터의 전송단위이다. 5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인터넷은 이제 사물인터넷(IoT)으로 진화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고 있다.
3차 산업혁명에서 ‘원자력’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원자폭탄 연구인 ‘맨해튼계획’의 기초를 제공한 독일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 1955년)의 공헌이 컸다. 원자력은 한 때 발전소의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청정에너지’로 각광받으면서 수많은 원자력발전소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원자폭탄과 방사능 물질이 말해주듯 원자력은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재앙으로 치부되면서 차츰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