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활은 무난히 잘 흘러갔다. 나는 가끔 쓰러지기는 했지만, 이제는 익숙한지라 혜미와 동방신기 콘서트도 가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항상 멀리 가거나 늦게까지 외출할 때는 쓰러지는 일이 많으니 부모님은 나가서 놀더라도 최대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거리 이내에만 돌아다니는 게 좋겠다며 나에게 멀리 가지 않을 것을 권했다.
뇌전증이 있으면 피곤함과 언제나 싸워야 한다. 놀 때는 모르지만 피곤함이 확 달려드는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쓰러졌던 거 같다.
어느새 활동 반경이 좁아진 나는 이렇게 집안에만 있고 싶지 않았다. 나도 나가서 놀고 남들처럼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 동생이 하는 용과같이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다. 동생은 내가 멀리까지 나가지 말라는 부모의 말을 듣고는 내게 게임을 하길 권했다. 만화도 읽을 게 많은데 갑자기 게임이라 그래서 그런 건 안 한다고 했지만, 동생은 앉아보라며 나를 앉히고는 '용과같이'라는 게임을 알려주었다.
이 게임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나름 정의로운 야쿠자가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죽자 정의로운 야쿠자의 인생을 산다고 뭐 이런 잘 기억은 안 난다.
야쿠자가 정의롭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당장 원피스만 보더라도 해적이지만 어디 가서 물건을 약탈하거나 하지 않고 언제나 동료를 구해주고 불의를 못 참고 도와주는 것처럼 이 게임 또한 '키류'라는 야쿠자가 정의로운 일을 하는 게임이었다.
스토리가 기억이 잘 안 나는 이유는 용과 같이 게임은 스토리와 별개로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았다. 일본 카무로초를 돌아다니며 여러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었는데 노래방, 당구, 야구, 볼링 등등 할 수 있는데 너무나 많았다.
나는 금세 그 게임에 빠져들었다. 마치 작은 세계를 게임 안에 넣어둔 것 같았다. 지금이야 이런 게임이 엄청나게 많지만, 유튜브도 없던 시절 나에게 용과같이는 안전하게 밖으로 나가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다리였다.
뇌전증이 날 못 나가게 하기 위해서 내 바지를 잡아끌었지만, 학기 중에는 혜미와 갈 수 있는 만큼의 거리까지만 다니고 방학 때는 게임을 통해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지금도 신작이 나오면 항상 게임을 사서 한다. 아이 키우느라 바쁘기는 하지만 최근 작품은 하와이에서 경주하기도 하고 배달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포켓몬스터도 한다.
요즘이라면 이런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서 유튜브를 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옛날 사람인지라 예전부터 해오던 게임이 편하고 지금도 나는 용과 같기를 통해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내가 뇌전증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면 그냥 나는 집에만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생을 통해서 나는 용과같이라는 게임을 접했고 그로인해 마치 밖에서 노는 것곽 같은 자유함을 느꼈다.
인생은 혼자서 사는 게 아니다. 나의 뇌전증을 스스로 이겨냈다고 혹은 스스로 일어났다고 얘기하고싶지 않다. 주위의 많은 배려와 도움으로 인해서 나는 일어설 수 있었고 지금도 항상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